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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같은 이민자 부모의 사랑.... '샹치' O.S.T.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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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기획사 88라이징 대표 션 미야시로(40)의 부모는 모두 이민자였다. 그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아메리카 드림'을 품은 채 홀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주목받은 영화 '미나리' 속 순자(윤여정)의 딸 모니카(한예리) 같은 삶이었다.
미야시로의 어머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우연히 지금의 일본인 남편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한다. 부산 출신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와의 뭉클한 연애담을 가슴에 품었던 아들은 그 사연을 어느 날 곡에 옮겼다. "하늘에 펼쳐진 불꽃놀이를 보며 네가 있는 한, 인생은 단순해." 래퍼의 감미로운 랩에 얹힌 사랑스럽고 따뜻한 노랫말은 단숨에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감독 데스틴 크리튼의 귀를 사로잡았다.
곡의 제목은 '파이어 인 더 스카이'. 이 곡은 마블에서 아시아 영웅을 처음 주인공으로 내세운 '샹치'의 엔딩곡으로 전격 발탁됐다. 두 남녀 주인공이 갖은 역경을 헤치고 다른 세상으로 나아갈 때 흘러 낭만을 빚는다. 한국계 미국인 래퍼로 지난해 미국 그래미어워즈에서 베스트 R&B앨범상을 받은 앤더슨 팩이 불러 감칠맛을 더했다. "제 부모님 사랑을 모티브로 만든 노래인데, 감독님이 듣자마자 바로 노래에 빠지더라고요, 하하하." 최근 본보와 이메일로 만난 미야시로의 얘기다.
지난달 1일 한국에서 개봉해 100만 관객을 돌파한 '샹치'는 코로나19가 발병한 뒤 북미 지역에서 가장 많은 돈(1억9,650만 달러)을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묘기에 가까운 무술에 박진감 넘치면서도 동양적인 색채가 짙은 음악이 어우러져 신비감을 살린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샹치 역을 맡은 중국계 미국인 시무 리우와 그의 단짝인 케이티를 연기한 한국계 미국인 이콰피나를 비롯해 량차오웨이(양조위), 량쯔충(양자경) 등 아시아계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로 새로운 볼거리를 줬다. 다양성을 앞세운 이 영화의 음악 제작은 미야시로 대표가 총괄했다. 마블이 영화 O.S.T. 앨범 프로듀싱을 아시아계 제작자에게 맡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야시로 대표는 지난해 미국 빌보드가 뽑은 40대 미만 40명의 리더로 선정됐다. 일본의 조지를 비롯해 중국 힙합 그룹 하이어 브라더스, 인도네시아의 리치 브라이언 등 다양한 아시아 아티스트와 곡을 만들고 공연을 해 팬덤을 쌓은 결과다. 미국 CNN은 88라이징을 "일종의 문화 신드롬"이라 조명했다.
미야시로 대표는 아시아계로서의 문화적 정체성을 음악에 적극 활용한다. '샹치' O.S.T.에 실린 '다이아몬즈 앤드 펄스'도 아시아계 부모들의 성공을 향한 야망 그리고 자식에 대한 열정을 소재로 만들었다. 더불어 한국의 DPR 라이브를 비롯해 일본, 중국 음악인들을 불러 모아 '샹치' O.S.T.를 꾸렸다. 미야시로 대표는 "88라이징은 아시아계 청년 문화를 대변하는 게 목표라 그 철학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서구 사람들에게 다른 문화를 소개하는 데 의미를 뒀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한국의 자이언티는 일본의 호시노 겐과 '노마드'를 부른다. "저뿐 아니라 어머니가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정말 좋아해요. 아무리 많이 들어도 질리지 않죠. 미국 팝 스타인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음반 작업을 했던 잼 시티가 이 곡을 만들었을 때 자이언티가 바로 떠올랐어요. 호시노 겐과 협업하면 괜찮을 것 같아 물어보니 자이언티도 좋다고 바로 승낙했고요."
88라이징에서 88은 '두 배의 행복'을 뜻한다. '샹치' O.S.T. 제작으로 입지를 넓힌 88라이징은 내년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코첼라'에 레이블 최초로 특별 무대를 선보인다. 그는 "전 세계에 아시아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정말 멋진 순간이 될 것"이라며 "서로를 소개하고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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