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리프 아펠 보석을 닮은 발레… "3색 매력 기대"

입력
2021.10.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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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20~24일 예술의전당서 '주얼스' 초연

20일부터 국립발레단이 초연하는 '주얼스'에서 1~3막 주역으로 출연하는 수석무용수 신승원(왼쪽부터), 박슬기, 김리회.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이들은 "음악과 안무, 의상의 조화에 주목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국립발레단 제공

20일부터 국립발레단이 초연하는 '주얼스'에서 1~3막 주역으로 출연하는 수석무용수 신승원(왼쪽부터), 박슬기, 김리회.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이들은 "음악과 안무, 의상의 조화에 주목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국립발레단 제공

보석을 닮은 발레가 찾아온다. 국립발레단이 20~24일 예술의전당에서 초연하는 '주얼스(Jewels)'는 말 그대로 보석들의 춤이다. 에메랄드와 루비, 다이아몬드의 특색을 안무로 만든 신고전주의 발레다. 세 가지 보석의 매력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립발레단에 따르면 신작 '주얼스'는 신고전주의 발레의 창시자로 꼽히는 러시아 출신 안무가 조지 발란신의 작품이다. 발란신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평가받는 반클리프 아펠의 보석을 보고 영감을 얻은 뒤 발레 작품을 만들었다. 발란신이 주목한 보석은 에메랄드와 루비, 다이아몬드다. 모두 3개의 막으로 구성된 '주얼스'는 막별로 보석이 주제가 된다. 작품 특성상 드라마 발레와 달리 특별한 서사 없이 오직 안무와 음악, 의상이 부각된다.

에메랄드의 낭만 발레

'주얼스' 1막 에메랄드에서 주역을 맡은 신승원은 "초연인 만큼 책과 해외 발레단 영상을 보며 많이 연구했다"면서 "드라마 발레처럼 무용수의 감정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음악과 안무에 답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제공

'주얼스' 1막 에메랄드에서 주역을 맡은 신승원은 "초연인 만큼 책과 해외 발레단 영상을 보며 많이 연구했다"면서 "드라마 발레처럼 무용수의 감정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음악과 안무에 답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제공

1막은 초록빛 낭만 발레가 펼쳐지는 에메랄드의 무대다. 음악은 프랑스 작곡가 포레의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및 '샤일록'이다. 1막 주역을 맡은 신승원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최근 한국일보와 만나 "에메랄드는 섬세하고 우아한 보석인데 안무 또한 곡선적인 상체 팔동작이 중심을 이룬다"며 "프랑스 낭만주의 특유의 신비롭고 몽환적이면서 아련한 분위기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에메랄드 무대의 의상은 치마 길이가 긴 초록색 튀튀다. 신승원은 "종 모양 드레스처럼 생긴 로맨틱 튀튀는 청초한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보여준다"면서 "이 옷을 입고 무용수가 내면에 품은 은은한 반짝임을 표현할 생각"이라고 했다.

루비를 닮은 열정적인 춤

2막 루비의 주역인 박슬기는 "평소 '유쾌하고 발랄해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였는지, 빨간 보석을 맡게 됐다"며 "발레 공연이지만 브로드웨이 무대가 떠오르는 춤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국립발레단 제공

2막 루비의 주역인 박슬기는 "평소 '유쾌하고 발랄해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였는지, 빨간 보석을 맡게 됐다"며 "발레 공연이지만 브로드웨이 무대가 떠오르는 춤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국립발레단 제공

2막은 열정이 넘치는 붉은색 루비의 춤이다. 1~3막 가운데 가장 활기차고 자유로운 안무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기상곡이 춤을 뒷받침한다. 2막 주역인 박슬기 수석무용수는 "루비를 떠올렸을 때 느껴지는 역동성과 쾌활함이 안무에 녹아 있다"며 "기존 클래식 발레에서는 보지 못했던, 비정형적인 동작이 많이 나오는데 마치 재즈를 연상시키는 춤도 등장한다"고 했다. 박슬기는 또 "현대곡인 탓에 박자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연습 때 꽤 애를 먹었다"고 덧붙였다.

의상도 발레복치곤 파격적이다. 짧은 기장감의 붉은색 원피스다. 박슬기는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입을 법한 강렬한 복장인데 정통 발레 의상은 아니다"라며 "루비가 지향하는 춤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했다.

다이아몬드의 순수함으로 절정

3막 다이아몬드의 주인공인 김리회는 '주얼스'와 인연이 깊다. 김리회는 "8~9년 전 영국에서 발레 연수를 받을 때 로열발레단이 공연하는 '주얼스'를 보고서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면서 "오랜시간 기다린 작품인만큼 정교한 표현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국립발레단 제공

3막 다이아몬드의 주인공인 김리회는 '주얼스'와 인연이 깊다. 김리회는 "8~9년 전 영국에서 발레 연수를 받을 때 로열발레단이 공연하는 '주얼스'를 보고서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면서 "오랜시간 기다린 작품인만큼 정교한 표현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국립발레단 제공

3막에서는 순수함의 결정체인 다이아몬드의 춤이 대미를 장식한다. 안무가가 러시아 황실의 발레를 묘사한 무대로, 정통 클래식 발레의 화려함이 두드러지는 시간이다. 음악도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3번이 흐른다. 3막 주역을 맡은 김리회 수석무용수는 "차이코프스키 음악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운데 '주얼스'만의 특징 중 하나는 무려 10분에 달하는 2인무(파드되)가 등장한다는 점"이라며 "주역으로서 체력 부담이 상당하지만 나만의 개성을 최대한 많이 표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기쁘다"고 했다. 김리회는 "무용수들이 군무를 추는 '주얼스'의 피날레도 놓쳐서는 안 될 명장면"이라고 소개했다.

다이아몬드의 영롱함을 닮은 3막 의상은 화려함 그 자체다. 클래식 튀튀 의상에서 살짝 변형된 형태인데, 김리회는 "옷이 너무 화려해 '춤이 묻히면 어쩌지?' 하고 걱정이 될 정도로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주얼스'의 의상과 무대는 디자이너 제롬 카플랑이 제작했는데, 실제 보석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서 만들어졌다.

'주얼스'의 음악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발레곡 해석의 전문가로 호평받아 온 제임스 터글이 지휘를 맡는다. 주역인 신승원, 박슬기, 김리회뿐만 아니라 국립발레단의 간판 무용수들이 모두 출연한다. 발레계에서 오랜 만에 신작이 발표되자 '주얼스'는 지난달 28일 티켓 오픈과 동시에 대부분 공연이 매진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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