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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징계 타당성 조목조목 따진 법원… 채널A 사건 개입 "중대한 비위행위"

입력
2021.10.14 19:41
수정
2021.10.15 11:4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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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패소 판결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징계사유 해당"?
전문수사단 소집 "공정 직무수행 의무 위반"
윤석열 측 "명백한 법리오해·사실오인" 반박

추미애(왼쪽 사진)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서울행정법원은 14일 추 전 장관 재직 당시 법무부가 윤 전 총장에게 내린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이 타당하다는 1심 판결을 내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추미애(왼쪽 사진)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서울행정법원은 14일 추 전 장관 재직 당시 법무부가 윤 전 총장에게 내린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이 타당하다는 1심 판결을 내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법원이 1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내려진 ‘정직 2개월’을 타당한 징계라고 결론 내린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법무부가 제시한 징계 사유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징계 결정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즉 절차와 내용 모두가 적법한 징계였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채널A 사건 감찰과 수사를 방해했다’는 징계사유를 “중대 비위행위”라고 꼬집은 부분은 윤 전 총장에게 특히 뼈아픈 대목이다. 징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에 반발했던 윤 전 총장에게 법원이 사실상 완패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앞서 두 번은 이겼지만…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감찰 결과와 관련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감찰 결과와 관련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소송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재임기간 내내 파열음을 빚었던 윤 전 총장과의 ‘추ㆍ윤 대전’의 집합체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았다.

선공은 추 전 장관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해 1월 취임 후 줄곧 윤 전 총장과 갈등을 겪던 중 그 해 11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를 내렸다.

윤 전 총장은 그러나 법원으로부터 직무배제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내면서 업무에 복귀해 추 전 장관의 공세를 무색하게 했다. 추 전 장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윤 전 총장에 정직 2개월 징계라는 강수를 뒀지만 이 역시 윤 전 총장이 법원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내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예선전 성격이 강한 집행정지 소송이었지만 윤 전 총장이 잇달아 승리하면서, 법조계에선 “본안 소송도 윤 전 총장이 승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채널A 감찰·수사 방해, 적법성 해하는 비위행위"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윤 전 총장 징계 처분에 대해 절차와 내용 모두가 타당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무부가 제시한 네 가지 사유 중 세 가지를 받아들여 "징계는 적법했다"고 못 박은 것이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완강하게 부인하던 채널A 사건 감찰과 수사 방해에 대해선 "검찰 사무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해하는 비위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 3월 해당 의혹이 불거진 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수차례 감찰을 개시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윤 전 총장이 대검 인권부 진상조사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법무부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대검 감찰부장의 감찰 개시 보고 당시 대상자가 성명불상으로 돼있어 감찰을 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윤 전 총장 주장에 대해선 "감찰은 검찰총장의 감찰 개시에 대한 승인이 필요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감찰부장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경우 검찰총장이 감찰을 중단시킬 수 있다"며 "이 사건의 감찰개시 보고에 그런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채널A 수사팀의 수사 정당성을 따지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한 것도 ‘공정한 직무수행 의무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이 사건에 관련돼 있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으로선 수사에 개입해선 안 되는 직무상 의무가 있었다는 점에서 소집요건을 갖추지 못한 수사자문단 소집을 직접 지시하고 이를 강행한 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다른 징계사유인 ‘주요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배포 지시에 대해서도 "윤 전 총장 지시에 따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재판부 문건을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명백한 법리 오해와 사실 오인"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경기도당 주요당직자 간담회에서 당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경기도당 주요당직자 간담회에서 당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번 판결로 대선 행보에 부담이 생긴 윤 전 총장으로선 정치적 명분을 위해서라도 항소심에서 역전을 노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윤 전 총장 측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는 재판부 문건 및 채널A 사건에 관한 법무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법리 오해와 사실 오인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특히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 부분은 일부 편향된 검찰 관계자들의 일방적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심에서 적극 다투겠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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