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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달래도 무소용… "이재명 못 찍겠다"는 이낙연 지지자

입력
2021.10.15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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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선택' 이낙연 지지자 14%?
'승복' 말한 조국 책 화형식 등 '격분'
'이재명 승리 무효' 가처분 신청 제출

정권 재창출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상 과제다.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적장'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이 후보보다 더 선호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14일 나왔다.

이 전 대표는 13일 이 후보의 승리를 인정했지만, 지지자들은 “이 후보는 도저히 찍을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이들은 14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효력 무효화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내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 탄핵을 거론하는 등 경선 불복 집단 행동을 시작했다.

이낙연 지지자 40% “윤석열 찍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대선후보 경선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낙연 전 대표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대선후보 경선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낙연 전 대표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뉴스1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이달 11, 12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했다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14.2%만 내년 3월 대선에서 이 후보를 찍겠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40.3%에 달했다. 경선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한 응답자의 49.3%가 이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변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지난달 24, 25일 리얼미터ㆍ뉴시스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를 지지한 응답자 중 "대선이 이재명ㆍ윤석열 맞대결이 되면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28.9%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겠다"는 12.9%, "지지할 후보 없음"은 51.8%였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이 후보로 곧바로 옮겨가지 않고 여당도 야당도 아닌 중간지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자 가운데 "이낙연ㆍ윤석열 맞대결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41.2%였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이 후보 지지자들의 비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다. 이 후보 지지자들 중 "윤 전 총장을 뽑겠다"는 응답은 8.0%, "지지할 후보 없음"은 39.1%였다.

이낙연 지지자는 왜 이재명 거부하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고 있다. 뉴시스

이 전 대표 측 ‘좌장’ 격인 설훈 의원은 “이 전 대표 지지자 중 ‘도저히 이재명은 못 찍겠다’는 사람이 3분의 1이다. 노력해도 안 된다는 게 우리 판단”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201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 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험하게 공격한 것, '형수 욕설'을 비롯해 이 후보에게 심각한 도덕성 문제가 있다는 점 때문에 거부감을 지닌 사람들이 꽤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 중엔 중도 성향의 진보층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안정' '경륜' 등을 중시하기 때문에 '싸움닭' '사이다'로 불릴 정도로 거친 이 지사에게 극도의 거부감을 느낀다는 분석도 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민주당 간판을 달고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에 뿔난 이낙연 지지자들, ‘조국의 시간’ 찢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의 소송대리인 정환희 변호사(오른쪽)와 권리당원 김진석씨가 이재명 대선후보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의 소송대리인 정환희 변호사(오른쪽)와 권리당원 김진석씨가 이재명 대선후보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의 ‘경선 승복’ 선언에도 지지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서울남부지법에 "이 후보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한 경선 결과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신청 동의 온라인 서명엔 4만6,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대표가 13일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 반발'에 대해 “일베 수준으로 공격한다”고 비판한 것도 갈등을 키웠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송 대표가 이 후보 편을 든다"고 의심하고 있었는데, ‘일베’ 발언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부정선거를 일삼는 송 대표부터 탄핵하자” “당원에게 일베라고 모욕 주는 당대표 아웃” 등의 글이 쏟아졌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 지지자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저서 '조국의 시간'을 불태우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 지지자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저서 '조국의 시간'을 불태우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그는 13일 페이스북에 “이낙연 후보의 승복으로 민주당 경선이 끝났다. 자신이 반대했던 후보에 대한 조롱, 욕설, 비방 글을 내리자"고 썼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의 책 ‘조국의 시간’을 불태우는 인증샷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분노를 표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 전 대표 지지층의 '불복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反이재명 현상 다소 과장... 정리될 것"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 포착되는 여권 내 ‘반(反)이재명’ 현상이 다소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11, 12일 리얼미터ㆍ오마이뉴스 조사는 이 전 대표 지지층의 반이재명 정서가 극에 달했을 때 실시됐고, 이 전 대표의 승복 선언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원팀 논의가 본격화되면 누그러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최근 ‘이재명ㆍ윤석열’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이 이 후보로 결집하고 있다”고 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나 각 여론조사 기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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