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대면수업? 지금 하는 인턴 활동은 어쩌죠" 대학생 혼란

입력
2021.10.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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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위드 코로나 발맞춰 대면강의 확대 방침
취업 준비·아르바이트 병행하던 학생들 당혹감
"종강 두 달도 안 남아… 자취방 구하기도 힘들어"

지난 9월 10일 서울의 한 대학교 강의실이 비대면 수업 등의 이유로 학생 없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지난 9월 10일 서울의 한 대학교 강의실이 비대면 수업 등의 이유로 학생 없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올해 2학기도 비대면 수업 방침을 유지해온 대학들이 정부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방침에 발맞춰 대면 수업 확대에 본격 착수하자 상당수 학생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2학기 학사 일정이 벌써 절반가량 지난 시점에서 학교에 출석하게 될 경우, 주거 문제나 취업 준비, 아르바이트 등 비대업 수업에 맞춰 짜놓은 일상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요 대학들 속속 '수업 정상화' 선언

14일 한국일보가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을 취재한 결과, 이화여대는 이달 12일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 추진 계획과 백신 접종률을 고려해 11월 1일부터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한국외대도 8일 "11월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관계없이 수강생 40명 이하 수업은 대면으로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이들 학교는 전면 비대면 수업을 해온 곳으로, 한국외대의 경우 거리두기 4단계에선 전면 비대면 수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지난달까지 고수해왔다.

실험·실습 등 일부 수업에서 대면 강의를 진행해온 대학들도 대면 확대 방침을 속속 내놓고 있다. 서울대는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 강의실 좌석을 띄워 앉는다는 지침 아래 이달 18일부터 이론 수업도 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학들의 움직임은 다음 달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과 맞물려 2년 가까이 이어진 비대면 수업 체제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교육부가 지난 6월 백신 1차 접종률이 70%를 넘을 경우 대면 수업을 확대하라고 대학에 권고한 것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비대면 수업 맞춰 계획 짰는데…"

학생들은 대학들의 집단적 태세 전환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방역정책 전환, 백신 접종률 급등에 따라 대면 수업을 늘려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만, 종강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이번 학기에 유예 기간도 없이 수업 방식을 바꾸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대학생 A씨는 "지난달까지도 거리두기 4단계에선 계속 비대면 수업을 하겠다고 공지했다가, 상황 변화도 없는데 다음 달부터 학교에 나오라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대학생은 통상 학기 단위로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호소다. 비대면 수업 패턴에 맞춰 취업 준비나 아르바이트를 해왔는데, 학기 도중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학 4학년 조모(24)씨는 "일부러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는) 녹화 강의로 진행되는 수업을 선택하고 낮시간에 취업을 위한 대외 활동과 스터디를 해왔는데, 당장 다음 달부터 대면 강의로 전환되면 계획이 모두 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B씨는 "합격하기 어려워 '금턴'이라고 불리는 금융공기업 인턴십을 하면서 비대면 수업을 듣고 있는데, 학기 도중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 휴학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24시간 운영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3학년 손모(23)씨는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비대면 수업 시즌이라 낮에 일하고 밤에는 공부할 수 있는데, 수업 방식이 바뀌면 근무 가능한 시간이 새벽이나 야간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학생 의견부터 듣겠다" 관망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거주지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이라면 급히 자취방을 구해야 할 판이다. 대학생 C씨는 "갑작스러운 대면 수업 전환은 학생들이 (학교와 가까운) 수도권 거주자라는 것을 전제로 할 때나 가능한 것"이라면서 "이번 학기가 두 달밖에 안 남았는데, 최소 6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대학 주변 자취방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했다. 신촌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집주인들이 단기로 집을 구하는 사람에겐 집세를 30% 정도 올려 받는다"면서 "이 주변 월세가 60만~70만 원인데 100만 원까지 받겠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이런 여론을 감안해 수강생 의견을 취합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이미 비대면 수업에 적응한 학생들이 많다"면서 "학생들에게 선호하는 수업 방식을 물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홍익대 총학생회 회장은 "지난해라면 몰라도 이젠 학생들과 협의하지 않은 일방적 대면 수업 전환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학교나 교수님들도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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