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추진 무리” vs “비핵화 수단이자 과정”... 불붙은 주미대사관 국감

입력
2021.10.14 11:40
수정
2021.10.14 14:0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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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통위 21대 국회 두 번째 국감 진행?
여야 종전선언 공방…야당, 쿼드 가입 주장?
이수혁 대사 “떡 줄 사람 생각도 안 해” 반박

이수혁 주미대사가 13일 미국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수혁 주미대사가 13일 미국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미국은 (6ㆍ25전쟁) 종전선언이 대외정책 우선순위가 아닌데 우리 외교당국이 무리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

“종전선언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고 목표는 비핵화라고 하는데도 (야당은 종전선언을) 목표라고 한다. 일종의 정치화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종전선언, 쿼드(Quad) 가입, 핵무장 주장 정당성 등을 두고 여야와 이수혁 주미대사가 공방을 벌였다. 21대 국회 두 번째인 이번 국감에선 주미대사관 자문업체, 애틀랜타 한인 총격사건 사과 문제 등도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종전선언 두고 여야 의원 입장 차 갈려

국감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종전선언과 관련된 한미 간 입장 차를 집중 부각했다. 박진 의원은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은 회의적이고 신중한 입장이라는 게 내 판단”이라며 “임기 말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고 북한 핵개발에 면죄부를 주고 한미 간 신뢰가 손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종전선언을 한다고 북한 핵이, 미사일이, 장사정포 같은 재래식 무기가 없어지나”라며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의 입구가 아닌 출구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태영호 의원도 “아직 미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지지한다는 입장 발표가 없는 것은 분명한 시각차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종전선언을 비핵화 입구로 얘기한 것 같고 미국은 선(先)비핵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 소속 윤건영 의원은 “우리 주변의 평화가 약하다 보니 약한 평화를 단단하게 하는 것이 종전선언”이라며 “단단히 하는 데는 법적ㆍ제도적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가 종전선언으로) 국제적으로 약속하자는 취지가 있다”고 맞섰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도록 종전선언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수단이자 과정으로 보는 게 맞다”고 거들었다.

이수혁 대사는 “부작용과 안보 위기 후폭풍 등이 없는 종전선언을 원하는 게 한미 입장”이라며 “(미국도 종전선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중국 견제용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첫 대면 정상회의가 지난달 24일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리고 있다. 조 바이든(왼쪽부터 시계 방향) 미국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중국 견제용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첫 대면 정상회의가 지난달 24일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리고 있다. 조 바이든(왼쪽부터 시계 방향) 미국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쿼드, 전술핵 배치 두고 여야 의원 설전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중국 견제용 안보협의체 쿼드 가입을 두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박 의원은 한국은 “쿼드, 오커스(AUKUSㆍ미국 영국 호주 안보동맹), 파이브아이즈(Five Eyesㆍ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5개국 기밀정보 공유 동맹) 등에서 속한 곳이 없다”며 “필요하면 쿼드에 가입하는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 대사는 “2주 전 쿼드 정상회의 후 미국 측은 디브리핑(결과 설명)을 통해 쿼드에서 당분간 회원국을 확대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 그런 격”이라고 답했다. 다만 “포용성ㆍ투명성ㆍ개방성을 기조로 기술, 기후변화, 공공보건 등 3개 분야에는 개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으면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또 야당 일각에서 나오는 전술핵 재배치, 한국 핵무장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지금 미국은 전술핵 배치를 고려한 적이 없고, 고려 의향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핵무장을 얘기하는 건 일부 학자라면 몰라도 정부관리는 이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도 “(핵무장을 하면) 우리도 북한처럼 경제제재를 받을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28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 현장인 골드스파를 방문한 연방의회와 조지아주 의회 의원들이 조화를 들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지난 3월 28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 현장인 골드스파를 방문한 연방의회와 조지아주 의회 의원들이 조화를 들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주미대사관 고용 자문업체 적절성 논란도

이 대사는 지난 3월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 당시 현지를 찾지 않은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 대사는 “애틀랜타총영사가 충분히 조의를 표하고 위로도 하는 상황에서 대사가 가야 하는지 정무적 판단이 필요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현장에 가는 게 좋았겠다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 국민 눈높이에 맞는 영사보호업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주미대사관이 고용한 법률자문업체(로비스트)도 입길에 올랐다. 윤건영 의원은 “주는 돈은 상당한데 신뢰도 척도 순위는 2,000위 정도 된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고 지적했다. 이 업체는 10년 넘게 주미대사관 자문업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 대사는 “컨설턴트의 목적은 미국 정치 현황 평가나 분석도 중요하지만 의원님들의 의회 방문을 주선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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