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 일부러 포기?... 불리한 '비참가적 우선주' 수용한 성남도공

입력
2021.10.13 17:20
수정
2021.10.13 17:4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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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적 우선주나 보통주로 전환 안 해
박수영 "금융사들도 이익 몰아주기 동조"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국회 정무·행정안전·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3일 경기도청을 방문해 경기도의 국정감사 자료제출 비협조에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국회 정무·행정안전·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3일 경기도청을 방문해 경기도의 국정감사 자료제출 비협조에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하나은행 컨소시엄(성남의뜰)에 참여한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와 금융회사들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등에 이익을 몰아주는 지분 구조를 사실상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초과 수익에 대한 포기 각서와 다름없는 ‘비참가적 우선주’ 발행 제안을 그대로 수용한 사실이 13일 드러났다.

화천대유 '보통주 독식' 못 박은 성남의뜰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 3월 26일 하나은행ㆍ메리츠증권ㆍ산업은행 컨소시엄은 각각 대장동 개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지분율 계획을 밝혔다. 특이한 건 하나은행 컨소시엄만 우선주와 보통주를 어떻게 나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이다. 화천대유와 특정금전신탁(천화동인)에 6.9%의 ‘보통주’를 주고, 성남도공과 금융회사들에는 ‘비참가적 우선주’를 배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확정배당률로 액면가(5,000원) 대비 연 25%를 명시하기도 했다.

비참가적 우선주는 미리 정한 배당률을 초과해 배당을 받을 수 없는 우선주를 뜻한다. 지분 50%+1주를 가진 성남도공과 나머지 금융사들은 아무리 이익이 많이 나도 미리 정한 배당 이상의 금액을 가져갈 수 없는 구조를 사업 계획 단계부터 만든 셈이다.

공사는 지분율 변경을 요구하고, 협의를 거쳐 승인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15일 성남도개공과 성남의뜰이 최초로 체결한 사업협약에도 이러한 출자 지분율이 그대로 반영됐다.

주주협약에서 다시 한번 손 볼 기회가 있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성남도공이 1종 우선주(비참가적)를, 금융회사들이 2종 우선주(비참가적)를 가져간다고 분류했을 뿐,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보통주를 독식하는 최초 제안을 그대로 유지했다. 즉, 이들 업체에 배당을 몰아주는 불리한 지분 구조에 모든 관계사들이 합의한 것이다.

성남도공과 금융회사들이 자기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특혜성 몰아주기에 동조한 건 배임 혐의가 짙다고 국민의힘은 보고 있다.

박수영 "금융사까지 보통주 선택 않은 건 비상식적"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지분 구조에 따라 성남도공이 환수할 수 있는 개발이익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국민의힘 대장동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는 1, 2종 우선주 모두 정해진 배당률을 초과해 받을 수 있는 참가적 우선주로 가정하면 성남도공과 금융회사들이 약 3,757억 원을 배당받고,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약 282억 원만 가져가게 된다고 추산했다. 1종 우선주만 참가적 우선주로 바뀌어도 성남도공 몫은 1,822억 원에서 약 3,543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박수영 의원은 “모든 컨소시엄이 리스크가 적고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공사와 금융사들이 배당이 큰 보통주를 선택하지 않았다"며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모부터 주주협약까지 모든 단계에서 소수에게 배당을 몰아주기 위해 공모한 것”이라며 특별검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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