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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000만 도시 일주일 주택거래 4건...얼어붙은 中 부동산시장

입력
2021.10.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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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위기 겹친 中 부동산시장 급랭]
국경절 연휴, 선전시 주택거래 고작 4건
당국 ‘안정’ 강조... 주택거래 심리는 위축
'부동산 부채>日 GDP’, 금융권 돈줄 죄기

파산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그룹의 광둥성 선전 본사. 선전=AFP 연합뉴스

파산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그룹의 광둥성 선전 본사. 선전=AFP 연합뉴스


중국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다. 파산위기에 처한 부동산재벌 헝다 사태까지 겹치면서 집을 팔거나 사길 꺼리고 있다. 판매부진, 재정난, 부채위기의 3중고를 겪고 있는 중국 부동산업계는 15일 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다.

국경절 연휴 대목에 中 선전 주택거래 4건

중국 선전 헝다그룹 본사 앞에 오성홍기가 나부끼고 있다. 선전=EPA 연합뉴스

중국 선전 헝다그룹 본사 앞에 오성홍기가 나부끼고 있다. 선전=EPA 연합뉴스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은 인구 2,000만 명의 대도시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와 함께 중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1선 도시’에 속한다. 주택은 200만 호에 달한다. 헝다그룹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국경절 일주일 연휴(10월 1~7일) 중고주택 거래가 4건에 그쳤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163건으로 선방한 것과 대조적이다. 2019년에는 300건이 넘었다.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셈이다.

같은 기간 중국 주요도시 신규 상업용 주택 거래는 전년 대비 33% 줄었다. 2선 도시 43%, 3~4선 도시 44%로 지방의 작은 도시일수록 거래량 감소폭이 컸다. 경제매체 동팡차이푸왕은 13일 “선전은 높은 집값에도 아랑곳없이 거래가 활발했는데 이제 고가주택이라는 꼬리표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당국은 ‘안정’ 강조, 주택 소비심리는 위축

중국 선전시 2021년 중고주택 거래 건수

중국 선전시 2021년 중고주택 거래 건수


선전시는 지난 2월 3,595개 아파트단지의 지도가격을 공시했다. 가령 500만 위안(9억2,700만 원)짜리 주택가격 상한을 300만 위안(5억5,600만 원)으로 묶는 것이다. 이 경우 매수인의 담보대출 한도(70%)는 350만 위안에서 210만 위안으로 줄어든다. 집주인이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면 140만 위안(2억5,900만 원)을 더 마련해야 집을 살 수 있다.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 구조다. 선전의 9월 중고주택 거래량(1,765건)은 1월(7,008건)의 2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국경절 연휴 직전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주택 소비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세 차례나 강조했다. ‘안정’ 기조에 초점을 맞췄지만 소비자는 주저하고 있다. 중국 메이르징지신원은 “주택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여 주택 구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신왕은 “안정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 부동산 부채>日 GDP’, 헝다 위기 속 돈줄 죄기

중국 헝다가 허난성 주마뎬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파트 건설 현장 앞으로 스쿠터를 탄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주마뎬=AFP 연합뉴스

중국 헝다가 허난성 주마뎬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파트 건설 현장 앞으로 스쿠터를 탄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주마뎬=AFP 연합뉴스


헝다 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중국 부동산시장은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일본 노무라 홀딩스 분석을 인용, “올해 6월 기준 중국 개발업체의 부채는 5조2,000억 달러로 지난해 일본 국내총생산(GDPㆍ5조480억 달러)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국은 강력한 ‘디레버리지(부채 감축)’로 돈줄을 죄고 있다. 중즈연구원은 “8월 부동산기업 융자 총액은 지난해보다 50% 감소했고, 7월에 비해서도 42% 줄어 6개월 연속 하락세”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따라 최고 반부패 감사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주도로 국영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과 민간기업의 관계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과도한 부채를 방치한 은행과 부동산업체의 유착관계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중국 부동산업계도 행동에 나섰다. 15일 협회 주관으로 각 업체 부사장 이상 고위임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주택시장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다룰 계획이다. 헝다 사태 이후 첫 모임이다. 얀위에진 E-하우스 차이나 연구개발원 이사는 글로벌타임스에 “헝다 사태에 따른 신용 악화로 자금조달이 막히면서 유동성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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