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협의서 “대북 적대정책 없다” 강조한 미국...종전선언에는 시큰둥

입력
2021.10.13 14:3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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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안보실장-설리번 안보보좌관 워싱턴 협의
"종전선언=비핵화 입구...정치적, 상징적 선언"

서훈(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2일 워싱턴에서 만나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갖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가안보실 제공, 연합뉴스

서훈(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2일 워싱턴에서 만나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갖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가안보실 제공, 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이 없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한미 외교안보 핵심 당국자 협의는 물론 국무부와 국방부 설명을 통해서다. 또 남북대화를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한 ‘립서비스’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6ㆍ25전쟁 종전선언에는 특별한 호응이 없었고,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실질적인 제안도 내놓지 않는 등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의 방미였다. 협의 후 우리 정부 안보실은 “미측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이 없다는 미측 진정성을 재확인했으며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서 협상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라고 발표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도 보도자료에서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자제해 줄 필요성을 강조했고, 남북대화와 협력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마친 뒤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2일 미국 워싱턴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마친 뒤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1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우리의 주적은 한국이나 미국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연설과 관련, 미 국무부는 “미국은 북한을 향해 어떤 적대적 의도도 품고 있지 않다”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또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된 미국 측의 진전된 반응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 실장은 “종전선언에 대한 우리측 구상을 미측에 설명했고, 양측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소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유엔총회에서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 종전선언 필요성을 제기했고, 북한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통해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이후 남북 연락채널이 복원되고 화상회의 형식의 남북정상회담도 추진돼 왔지만 미국은 북미대화 재개를 두고 북한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 고위 당국자는 종전선언을 둘러싼 잘못된 해석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무관하게 논의될 수 있는 게 아니고 비핵화 과정과 함께 논의돼야 하는 사안”이라며 “종전선언은 비핵화 입구이고 비핵화 문을 여는 출발”이라고 설명했다. 또 “종전선언은 전쟁이 종식됐다고 하는 일종의 정치적, 상징적 선언”이라며 “어떤 법적, 규범적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현 정전 상태의 변화를 가져오는 그런 내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이 당국자는 “정상회담을 결코 이벤트성으로 할 생각이 없다”며 “정부 입장에선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남북관계나 한반도 비핵화 상황을 안정시켜 다음 정부에 넘겨주느냐, 그것이 지금 가장 큰 하나의 목표”라고 밝혔다.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해선 “비핵화 협상이 진행, 시작되면 제재 해제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 협의에선 한일관계 개선 문제도 논의됐다. 고위 당국자는 “한미일 협력체계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양쪽이 인식을 같이 했다”며 “그런데 한일관계 개선이 지연되는 상황 속에서 보다 더 진전된 한미일 협력 체계에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한일관계 개선을 빨리 했으면 좋겠다, 기시다 정권이 출범했으니 이 기회에 전향적이고 속도감 있는 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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