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네 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2008년 4월 미국 뉴욕 양키스 구단 관계자들이 모였다. 홈구장 아래 양키스의 숙적 보스턴 레드삭스 상징물을 숨겨 놓은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레드삭스 34번 오르티스 선수 유니폼을 땅에서 파내어 높이 들어올렸다. 당시 수많은 언론은 "이로써 양키스팀에 걸린 저주는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21세기에 벌어진 일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미신(迷信)이 있다.
미신의 사전적 정의는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여겨지는 믿음과 그런 일'이다.
고대로부터 인류는 어떤 동물이나 식물을 숭배하는 토테미즘(totemism), 무생물계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animism), 초자연적 존재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샤먼을 중심으로 하는 샤머니즘(shamanism) 등을 믿어 왔다.
현대 인류 대부분은 특정 종교를 갖고 있다. 그러나 어떤 종교든 사람들은 영적이거나 초자연적인 것을 믿고 있다. 미신을 믿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상적이다. 심지어 그들을 비웃고 비난하는 사람들조차 미신을 믿고 있다. 물론 자신들은 그것이 미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화권마다 개념은 다르지만, 미신은 보편적인 현상이며 종류는 다양하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불길한 예감을 느끼는 심리 현상인 징크스(Jinx)가 있다. 징크스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초자연적 매개체를 통하지 않고도 정신이 물질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인 주술(呪術)도 있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금하거나 꺼리는 터부(taboo)도 대표적 미신 행위다.
미신적 행위를 정신의학에서는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라고 한다. 정신이 물리적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다. 이를 동양에서는 기(氣), 서양에서는 느낌(vibes)이라고 한다.
네 잎 클로버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은 세계 공통적이다. 시험일이 설사 생일일지라도 미역국을 안 먹는 것은 한국적이다. 스타 운동선수의 등번호를 원하는 '유사성의 법칙', 홈런왕의 방망이를 원하는 '감염의 법칙' 등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마다 특별히 소중하게 생각하거나 집착하는 것들이 있다. 물건, 색깔, 숫자, 행동 등 그 형태는 다양하다.
설날 떡국을 먹거나 대보름에 부럼을 깨는 것 등 명절의 풍습이나 의식은 미신에서 출발했다.
조상의 묘를 옮기는 풍수나, 작명(作名)·개명(改名) 등도 미신적 사고에 기반한다. 올림픽 출전 선수가 오륜기를 문신한다거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손바닥에 글자를 새기는 것도 미신의 적극적 행위인 '부적(符籍) 효과'다. 이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높인다, 목적한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기대와 신념이다. 이처럼 미신은 대중적인 것, 개별적인 것, 오래된 것, 새로 생기는 것 등 생활에 밀접하게 스며 있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미신적 행위를 더 많이 하게 된다. 미신적 의식이나 금기는 무엇인가를 통제하려는 시도다. 특정한 행동을 하거나 피함으로써 세상이 자신의 손 안에 있는 것 같은 통제감을 느끼려는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은 그렇게 진화해왔다. 불안감을 해소하고 초자연적 특수 능력에 호소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미신적 사고는 어리석음이나 약함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진화에 큰 도움을 준 대표적 사고방식이다. 자신감과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의식에 드는 비용은 거의 없는 반면에 얻을 수 있는 심리적 이익은 매우 크다. 따라서 손해 볼 것도 없는데 굳이 안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왜 우리는 미신에 빠져드는가')
사족으로 음양(陰陽) 원리상 남자는 좌(左, 陽), 여자는 우(右, 陰)이다. 따라서 남자 왼쪽 손바닥에 왕(王)자 문신을 새긴 것은 어느 정도 이론체계를 아는 사람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