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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6411, 가난한 여성노동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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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회찬 3주기 '노회찬6411' 상영
여성 노동자 4명 중 1명 저임금 현실
정치권은 이들 위한 논의 서둘러야
지난주 영화 '노회찬 6411'의 시사회가 있었다. 고 노회찬 의원의 3주기를 맞아 노회찬재단과 민환기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다. 노 의원 생전에 6411번 버스 이야기가 보도되었을 때를 기억한다. 2012년 진보정의당 출범 당시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한 이야기, 구로구에서 출발해 강남을 거쳐 개포동이 종점인 이 버스의 첫 차를 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이 질문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많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새벽에 출근해 다른 이들의 일터를 미리 살피는 청소노동자의 일상은 알았지만, 버스의 존재는 몰랐기 때문이다. 강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깨끗이 정돈된 공간을 만들어 준 누군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그들과 함께 버스를 탈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이라고도 불리는 청소노동자는 코로나19 시기 '필수노동자'로 지정되었다. 올해 11월부터 시행되는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은 "재난이 발생한 경우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 또는 사회 기능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필수적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제1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 지정된 '필수노동자' 직군을 살펴보면, 돌봄서비스, 보건의료, 운송서비스, 환경미화, 기타 분야로 구성된다. 개별 직업 중 구성비가 높은 것을 살펴보면, 요양보호사(22.87%, 45만 명), 보육교사(12.20%, 24만 명), 간호인력(10.93%, 21만5000명), 콜센터 상담원(8.64%, 17만 명)으로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여성직군이다. 이들은 간호인력을 제외하면 임금수준이 높지 않다.
한국에서 저임금 근로자, 즉 월평균 중위임금 3분의 2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2020년 여성 노동자 중 24.7%(남성 10.5%)에 달한다. 2019년 저임금 근로자 급여 기준이 191만7000원이므로 여성 노동자 4명 중 1명이 200만 원 미만의 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은 국가적 재난 시기에도 일해야 하는 필수노동에 종사하고 있지만, 그들의 다수는 낮은 임금을 받는다.
끈끈이 바닥(sticky floor). 노동시장의 밑바닥에 있지만, 끈끈한 바닥의 구속력으로 인해 상향 이동이 어려운 상태를 가리킨다. 여성 노동자들의 다수가 이런 조건에서 일하고 있고, 비정규직이나 시간제, 영세사업장이 끈끈한 바닥의 주요 공급처다. 아무리 오래 일해도, 오히려 오래 일하면 일할수록 정규직이나 전일제, 대기업 노동자와의 격차는 커진다. 최근 만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자신을 가끔 '알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무직으로 근속년수가 10년에 가깝지만, 매년 계약서를 쓰고 정규직 전환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승진이나 승급 기회도 제한돼 임금은 정규직 신입사원보다도 낮기 때문이다.
노동에서의 성별 격차는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사회 불평등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직무, 여성의 직군, 여성들이 주로 충원되는 일자리를 분리하고 낮게 평가하며 임시직으로 제한하는 오래된 관행의 문제다. 산업과 기업, 직무 등 구조적 특성과 성별, 학력, 연령, 가족 상황 등 개인적 요인이 교차돼 여성의 저임금 불안정 고용을 재생산한다. 그 결과 가난한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시장의 가장 밑바닥에 고착된다.
노회찬은 가난한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비를 맞았다. '백래시' 시대에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시대의 정치인들 중 누가 또 빗속을 함께 걸어갈까? 어떤 우산을 펼칠 수 있을까? 차별금지든 기본소득이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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