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지 말아 달라" 호소했던 바이든 살린 통역사… 아프간 탈출 성공

입력
2021.10.12 08:11
13년 전 조난당한 바이든 도왔던 아만 할릴리
美 참전용사·정부 도움으로 가족과 국경 넘어

2008년 2월 20일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던 척 헤이글(맨 왼쪽) 조 바이든(왼쪽 네 번째) 존 케리(맨 오른쪽) 당시 상원의원 등의 모습. 이들은 눈보라로 조난당했다가 미군에 의해 구조됐다. 미 국무부 제공

13년 전 상원의원이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목숨을 구한 아프가니스탄 통역사가 가족들과 함께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현지 탈출에 성공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 아프간전 당시 미군 통역사로 일한 아만 할릴리가 지난주 아내와 네 아이 등 가족과 함께 아프간 국경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국경까지 965㎞를 넘게 이동해 파키스탄에 도착했고, 현재 파키스탄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할릴리는 2008년 2월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가 아프간 산악 지역에서 눈폭풍을 만나 불시착했을 때 구조 작전에 동참했다. 당시 헬기에는 분쟁 지역을 시찰 중이던 바이든과 존 케리, 척 헤이글 상원의원이 타고 있었다. 비상 착륙 지점은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남동쪽으로 32㎞ 떨어진 계곡으로, 전날 미군과의 대규모 교전으로 탈레반 반군 24명이 숨진 곳에서 불과 16㎞ 떨어진 지점이었다.

미 육군 통역사로 근무하던 36세의 할릴리는 82공수사단 신속대응팀과 함께 눈보라를 뚫고 조난자들을 찾았고, 위험 인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헬기 인근에서 경비를 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해 11월 미 대선에 부통령 후보로 나선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 일화를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할릴리도 아프간을 떠나긴 쉽지 않았다.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난 6월 미국에 특별 이민비자를 신청했지만, 그가 일하던 방위산업체에서 필요한 서류들을 잃어버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군의 카불 공항 대피 작전 때는 직접 공항으로 갔지만, 그를 제외한 가족은 입장이 허락되지 않아 탈출이 좌절됐다.

결국 할릴리는 미국의 아프간 철군이 마무리된 8월 30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모하메드’라는 가명으로 편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해당 글에서 그는 “저를 잊지 말아 달라” “저와 제 가족을 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튿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WSJ 보도로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미 참전용사들은 ‘모하메드 구하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이 “우리는 형식적인 절차를 생략하고 그를 찾아 데리고 나올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정부도 구조 의지를 피력했다. 이후 그는 참전용사들과 국무부의 도움을 받아 최근 탈출에 성공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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