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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채찍질' 당한 이재명, '사이다' 감추고 '몸'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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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하루 만에 달라졌다. 말을 줄였고, 스스로를 한껏 낮췄다. 지지자들을 열광케 한 '사이다 화법'도 접어 뒀다. 0.29%포인트의 득표 차로 '간신히' 대선후보로 확정돼 '이재명 대세론'에 금이 간 상황을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11일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이 후보의 첫 일정은 대전국립현충원과 질병관리청 방문이었다. '공정과 평등'의 다음 과제로 미뤄 뒀던 '안보'를 강조하고, '포스트 코로나' 관리 능력을 확인받기 위한 행보였다. "국가의 제1 의무는 국가 공동체를 지키는 안보입니다." 대전현충원에서 이 후보가 처음 입에 올린 말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경선 불복 움직임이 이 후보의 '승부사 기질'을 자극했을 테지만, 이 후보는 말을 아꼈다. “국민과 당원들께서 길을 제시하실 것”이라고만 했다.
이어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을 방문한 이 후보는 정은경 청장을 비공개로 만났다. 질병청 직원들을 '선거용 사진 찍기'에 동원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한 조심스러운 행보였다.
이 후보는 여러 번 자신을 낮췄다. 대전현충원에서는 "국민의 뜻을 잘 따라가고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울로 복귀해 국회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상견례를 한 자리에서도 '미래 권력'임을 티 내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국회의원 한 번 한 적 없는 저에게 큰 기회를 주신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함께 경쟁해 준 이낙연, 추미애, 박용진 후보는 어떤 점에서 저보다 훨씬 많은 경륜과 역량을 가진 분들인데, 제가 선택을 받게 돼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 후보의 변신은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참패의 충격파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득표율은 28.30%에 그쳐 이낙연 전 대표(62.37%)에게 크게 패했다. 이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50.29%로, 겨우 과반을 넘겨 결선투표를 피했다. 이 후보로선 차기 대선주자가 된 이후 최초의 수모였다.
1, 2차 선거인단 투표 득표율(약 60%) 대비 약 30%포인트가 썰물처럼 빠진 것은 이 후보의 취약한 당내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1일 “결국 당내 충성도의 문제”라며 “언제든 계기만 있으면 현재 지지자들이 이 후보에게 등을 돌릴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측근 의원은 11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면에 나서서 국민의힘과 각을 세우는 역할은 민주당이 도맡고, 이 후보는 중도 확장을 염두에 둔 민생 행보를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18,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전을 치르려 했던 계획도 접을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직을 조만간 던지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고려한 판단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1일 이 후보와 만난 뒤 “하루속히 경기지사직을 정리하고 대선을 준비해 달라고 건의했고, 이 후보도 ‘잘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후보의 '전투 본능'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가 강하다고 전해진다. 그는 1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대개혁 공약과 관련해 "문제는 기득권자 반발이었는데 이제는 그 반발이 (대장동 의혹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이번이 부동산 대개혁의 절호의 찬스"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장동 의혹과 거리를 두지 않으면 이 후보가 계속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1, 2차 선거인단은 7, 8월에, 3차 선거인단은 9월에 모집했는데, 9월은 대장동 의혹이 처음 불거진 때”라며 “대장동 게이트에 임하는 이 후보나 민주당의 태도에 대해 여론이 엄중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실장은 "이 후보가 선출 직후 연설에서 발표한 공약 7개 중 핵심은 ‘적폐 일소’와 ‘부동산 대개혁’이었다”며 “이런 강공 일변도가 계속 통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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