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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통화만 뺀 日 기시다… 한일관계 접점 안 보인다

입력
2021.10.11 17:17
수정
2021.10.11 17:4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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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외하고 미·중·러에 취임 인사
의도적 거리두기... 아베 답습 해석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도쿄 중의원에서 취임 후 첫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도쿄 중의원에서 취임 후 첫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서도 한일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징후가 계속 포착되고 있다. 취임 일주일이 지났지만 기시다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았다. 미국, 호주 등 동맹은 물론 중국ㆍ러시아 정상에게도 취임 인사를 하면서 가장 가까운 이웃 한국만 빠트린 것이다. 한일관계가 최악을 달렸던 아베 신조 전 총리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8일째인 11일 현재,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속한 미국, 인도, 호주 정상과 전화통화를 마쳤다. 일본과 관계가 썩 좋지 않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8일)에게도 먼저 전화를 걸었다.

기시다 총리의 한국 홀대는 전임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 견줘 보면 명료해진다. 스가 전 총리는 취임 9일째 문 대통령과 통화했는데, 중국ㆍ러시아보다 먼저였다. 우방으로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것 외에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가 전 총리는 한국을 일컬어 ‘매우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외교적 수사를 썼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8일 첫 국정연설에서 한국을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칭해 평가가 후퇴했다는 분석이 다수였다. “건전한 한일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강경 입장도 내비쳤다.

이 때문에 향후 한일 정상이 통화하더라도 단순한 ‘덕담’ 수준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기시다 총리는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도 안보, 인권 등 이슈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는 통화 뒤 취재진에 “중국에 주장할 것은 주장하면서 앞으로 솔직하게 논의하겠다”며 ‘힘의 외교’를 천명했다. 일방 외교 노선으로 일관한 아베 시대를 연상케 하는 발언이다.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 등 양국 사이의 난제들도 더욱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의 구체적 한일관계 기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는 전임 총리들처럼 한국에 해법 도출의 책임을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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