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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처럼 뜨거워진 동해 ... '바다의 사막화' 들어보셨나요?

입력
2021.10.13 04:30
수정
2021.10.13 09: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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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은 커지지만 정작 관련 이슈와 제도, 개념은 제대로 알기 어려우셨죠? 에코백(Eco-Back)은 데일리 뉴스에서 꼼꼼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환경 뒷얘기를 쉽고 재미있게 푸는 코너입니다.


지난 7월 우리나라 해양의 평균 수온은 24.9도였습니다. 1998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최근 10년 평균보다 2.5도 높습니다. 여름이 가장 무더웠다던 2018년에 비해서도 0.6도 높은 수준이죠.

특히 동해의 경우 지난 7월 평균 수온이 25.6도까지 올랐습니다. 최근 10년 평균 대비 3.6도나 높았습니다. 한때 30도가 넘는 고수온 현상까지 관측됐습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적도 태평양 지역의 수온입니다. 다행히 8월 들어 제9호 태풍 '루핏'이 일본 열도를 지나면서 바닷물이 섞이고, 잦은 비까지 내리면서 수온도 곧 보통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심상치 않은 현상이라며 걱정했습니다.

심상치 않다는 것은 바로 '바다의 사막화'에 대한 우려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땅이 사막화된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막 저 시원한 바다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으면 사막화됩니다. 흔히 지구의 70%는 바다라고 합니다. 그 70%가 사막화된다면, 지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바다 온도를 측정하라

그 넓고 깊은 바다의 온도는 대체 어떻게 측정할까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네스코 산하 정부 간 해양과학위원회(IOC) 등이 공동추진하는 '아르고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아르고 플로트'라는 무인 해양관측 장비를 전 세계 바다 곳곳에 띄워 수온, 염분, 용존산소 등을 측정하는 겁니다.

아르고 플로트는 수심 1,000m 지점에 머물다가 2,000m까지 하강해 온도 등을 측정한 뒤 떠올라 아르고스(ARGOS) 위성으로 데이터를 전송합니다. 이 자료를 모아 온도 등 바다에 대한 각종 정보를 모읍니다. 지난 3월 기준 전 세계 바다에 3,930개의 아르고 플로트가 있습니다.

바다도 지구의 허파다

측정 결과, 바다는 해마다 뜨거워지고 있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주 원인입니다. 바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26% 정도를 흡수하는데, 수치로 환산하면 약 100억 톤에 달합니다. 바다는 이를 해초의 광합성 등 자정 작용으로 해결하지만, 최근에는 자정 작용의 한계치를 넘어선 이산화탄소가 유입되면서 바다의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다는 각종 제조공정, 발전소 등 인간활동으로 생긴 잉여열의 90% 이상을 흡수합니다. 대기와 땅의 잉여열 흡수율이 약 4% 수준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죠. 그 때문에 바다가 얼마나 많은 열을 저장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해양열용량이 2019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바닷속에서 히로시마 원폭 초당 5~6개씩 폭발"

상승 '폭'도 문제지만, 전문가들이 더 걱정하는 건 상승 '속도'입니다. 대기온도보다 더 빨리 오르고 있거든요. 특히 1987년 이후 바다 온도의 상승 속도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1987~2019년 사이 전 세계 바다 수온의 평균 온도는 이전 대비 4.5배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초 14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이 대기과학지(AAS)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지난 25년간 전 세계 바다의 수온 상승세를 이렇게 비유합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을 1초마다 4개씩 투하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요. 바다 온도의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으니 "지금은 1초당 5~6개 투하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습니다.


강력한 회오리바람인 용오름이 2일 오전 8시쯤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앞 바다에 나타나 물위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력한 회오리바람인 용오름이 2일 오전 8시쯤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앞 바다에 나타나 물위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 세계 인구 40%, 난민 된다

바다 온도가 이렇게 오르면 당장 해수면이 상승합니다. 일단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팽창하니까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5차 평가보고서를 보면,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해수면은 약 20㎝ 높아졌습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21세기 말에는 전 세계 해수면이 26~29㎝까지 오른다고 전망했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40%가 해안가에서 100㎞ 이내 범위에 살고 있습니다. 해수면이 이렇게 높이 올라가면 전 세계 인구 40%가 기존의 삶의 터전을 잃고 어디론가 옮겨 가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린피스는 지금 같은 해수면 상승이 이어지면, 2030년까지만 해도 7개 아시아 도시에서 1,500만 명이 희생당할 것이라는 '동아시아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커지고 있는 울릉도 용오름, 심상치 않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그나마 알려졌습니다만, 우리 상상을 넘어서는 피해도 많아집니다. 2019년 발생한 호주 산불이 대표적입니다. 물이 넘쳐 난다는데 왠 불이야 싶겠지만, 인도양 바다 온도가 급히 올라가고 이 뜨거운 공기가 호주 상공을 덮치면서 폭염을 만들어내자 사상 최악의 산불로 이어진 겁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바다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대기 습도는 약 7% 높아지는데, 이렇게 되면 기존의 비나 태풍이 거대화합니다. 이미 전조 증상으로 지목받는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용오름'입니다. 최근 울릉도 앞바다에서 높이 100m의 용오름이 관측됐는데, 이번처럼 대기 중에 찬 공기가 가득한 가운데 수온 상승이 이어진다면 이 용오름이 더 자주,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바다의 사막화, 얼른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파괴적 영향력에 대한 경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이란 과제가 전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이유입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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