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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다스리는 자, 미래를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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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 에 격주 수요일에 연재합니다. 한국일보>
순환경제란 말이 어느 순간부터 득세하고 있다. 자원 소비량이 많아 쓰레기 문제 책임론에 시달리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 모두 너도나도 순환경제를 이야기하고 있고, EU에서는 2015년부터 순환경제로 가기 위한 규제 및 정책을 강화해가고 있다.
순환경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선 재활용을 잘하자는 캠페인의 단순한 변형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있다. 떠들썩하지만 유행처럼 지나갈 테니 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산업질서 재편의 흐름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전 지구적으로 산업의 새 판이 짜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게 되면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후자의 견해를 지지한다. 해외 주요 글로벌 기업이 모두 나서서 정부보다 더 적극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상황을 단순한 유행 정도로 치부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변화의 흐름을 직시하고 대비해야 한다.
순환경제란 물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천연자원의 투입과 쓰레기 배출이 최소화된 경제시스템을 말한다. 쓰레기 문제가 해결된 이상적인 상태다. 천연자원을 끊임없이 채굴하고 쓰레기로 배출하는 현재의 선형경제 시스템이 초래한 파국적인 결과가 바로 인류세 위기다. 여섯 번째 대규모 생물대멸종이 지구상에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물질소비 방식은 지속가능할 수 없기 때문에 지구생태계가 수용할 수 있는 물질소비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순환경제의 핵심이다.
순환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세 개의 제약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끊임없이 증가하는 물질소비를 억제해야 한다. 총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재생원료만으로 필요자원을 모두 공급할 수 없다. 100을 소비해서 100을 모두 재생원료로 만들었는데, 물질소비량이 150이라면 나머지 50은 천연원료로 투입할 수밖에 없다.
둘째, 재활용률을 높여야 한다. 소비의 총량이 100으로 고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재활용률이 낮으면 재생원료만으로 모든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
셋째, 재생원료 품질이 천연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 소비의 총량이 100으로 고정되어 있고, 모든 쓰레기를 재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재생원료 품질이 낮다면 고품질 제품용으로 천연원료 투입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는 어디쯤 와 있을까?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자원 총 소비량은 약 930억 톤인데, 이 추세대로 가면 2050년이 되면 1,800억 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2018년 기준 재생원료 공급량은 84억 톤으로 자원 총 소비량의 9%에 불과하며, 대부분 저부가가치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생활쓰레기의 재활용률은 20%에 불과하고, 플라스틱은 12%에 불과하다. 현재의 재활용 기술로는 물질을 재활용할수록 품질이 떨어지는 다운사이클링을 피할 수 없다. 우리의 눈은 순환경제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순환경제는 소비자 대상으로 분리배출 잘하자는 보여주기 캠페인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생산단계에서부터 유통단계, 소비단계, 재활용단계까지 전 과정의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한 어려운 과제다. 기술과 시스템의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필요하다. 쓰레기 난세를 평정할 영웅이 미래를 다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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