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생 발전'은 헛말?... 중소기업 에너지 기술마켓 개통 후 '기술 이전' 신청 전무

입력
2021.10.12 00: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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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공공기관이 참여한 기술 지원 플랫폼?
1년간 190개 중소기업 기술 이전 신청 '0건'
홍정민 의원 "사용자 친화적 시스템 구축해야"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그린뉴딜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한국전력공사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그린뉴딜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한국전력공사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부와 한국전력을 포함한 17개 에너지 공공기관이 지난해 중소기업의 신기술 개발 지원을 위해 구축한 온라인 통합 플랫폼인 '중소기업 에너지 기술마켓'에 기술 이전을 신청한 중소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 등 기술마켓에 참여한 에너지 공기업들이 기술 이전 등의 상생 의지를 실천하기보다 '보여주기식 행정'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공기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8일 개통된 기술마켓에 회원으로 등록한 190개 중소기업이 17개 에너지 공공기관에 기술 이전을 신청한 건수는 0건이었다. 참여한 공공기관이 이미 소멸된 특허 또는 보유한 특허 중 일부만 기술마켓에 올리는 사례도 다수였다.

기술마켓은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의 신기술 개발 촉진과 판로 개척 지원을 위해 1억6,000만 원 정도를 들여 만든 온라인 플랫폼이다. 한전,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기관별로 구축된 체계를 통합해 중소기업에 마케팅·기술 이전·공공 조달에 대한 '원스톱 지원'을 제공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만약 중소기업이 공공기관이 소유한 산업재산권, 저작물, 관련 노하우 등을 활용하고 싶다면 홈페이지에서 해당 기술을 찾아 신청하면 된다.

중소기업 기술마켓 홈페이지에 에너지 공공기관이 올린 기술이전 '매물'이 게시돼 있다. 중소기업 기술마켓 홈페이지 캡처

중소기업 기술마켓 홈페이지에 에너지 공공기관이 올린 기술이전 '매물'이 게시돼 있다. 중소기업 기술마켓 홈페이지 캡처

정작 기술 이전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는 공공기관이 무성의하게 올려놓은 '허위 매물'이 꼽힌다. 11일 현재 공공기관들이 마켓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술은 총 8,305건인데, 이 중 상당량이 이미 소멸한 특허로 추정된다.

한전의 경우 총 2,239건의 특허나 실용신안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기술마켓에 올린 매물은 3배가 넘는 7,187건에 달했다. 실제 한전은 지난해 10월 기술마켓에 '휴대폰을 이용한 청구서 및 안내문 발송 시스템 및 그 발송 방법'이라는 매물을 올렸다. 휴대폰으로 청구서를 발송해 종이청구서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한전은 해당 기술을 2008년 등록했지만 이미 2017년 A사에 소유권을 전부 이전한 바 있다.

기술마켓에 참여기관으로 등록했으면서도 매물을 전혀 올리지 않은 기관도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350건의 특허나 실용신안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중 매물로 올린 것은 한 건도 없었다.

홍 의원은 "간판만 걸어놓은 채 이용자가 찾는 상품이 없거나, 정작 장사는 다른 곳에서 하고 있다면 누가 기술마켓을 이용하겠느냐"며 "이용자인 중소기업에 친화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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