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 못 받는 응급센터… 수도권은 병실, 비수도권은 의사 없어서

입력
2021.10.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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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닥터헬기, 출동 요청 절반은 기각·중단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구급차로 실려온 환자의 신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구급차로 실려온 환자의 신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비수도권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전문의가 부족해 중증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은 지난해 응급환자 10명 중 1명을 전원시켰는데, 이 비율은 전국에서 응급환자가 가장 많은 경기보다 3배 가까이 높다.

11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5년간 전국 38개 응급센터를 찾았다가 타 병원으로 옮겨진 3대 중증 응급환자(심근경색·뇌졸중·중증외상)는 2만6,848명이다. 이들 전원 환자의 25.7%(6,899명)는 병실이 부족하거나 응급수술이 어렵다는 이유로 전원됐다. 나머지는 환자나 보호자 사정으로 전원한 경우 등이었다.

응급환자 전원 이유는 지역별로 편차가 있었다. 수도권 응급센터는 시설 부족으로 전원되는 사례가 많은 데 비해 비수도권은 응급수술 불가나 전문 응급의료가 필요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전국에서 전원율(9.7%)이 가장 높았던 전남의 경우 전원 환자 541명 중 263명(48.6%)이 처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시설 부족 때문에 전원된 경우는 없었다. 반면 지난해 응급환자가 2만1,80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경기도는 전원율(3.4%)이 전남의 3분의 1 수준이었고, 전원 환자 734명 가운데 처치를 받을 수 없어 다른 곳으로 이송된 사례는 116명(15.8%)으로 시설 부족에 따른 전원 사례(163명, 22.2%)보다 적었다. 서울은 시설 부족에 따른 전원 비율이 46.7%로, 처치 불가(10.1%)보다 4배 높았다.

김 의원은 "비수도권은 응급센터 13곳에서 부족한 전문의 수가 30개 진료과 총 52명에 이를 만큼 의료 공백이 심각하다"면서 "응급센터에 전문의가 없어 전원한다는 것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그만큼 많이 놓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인천 닥터헬기 출동 요청 절반만 이행

2011년 9월 국내 최초로 운행을 시작한 인천 닥터헬기. 인천시 제공

2011년 9월 국내 최초로 운행을 시작한 인천 닥터헬기. 인천시 제공

2011년 전남과 함께 국내 최초로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헬기)를 도입한 인천에서 닥터헬기의 출동 요청이 두 번에 한 번꼴로 기각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인천 닥터헬기 출동 요청은 1,365건이 접수됐으나 출동은 53%(724건)만 이뤄졌다. 나머지 641건은 출동이 기각됐거나 중단됐는데, 그 사유는 △기상적 요인 335건(52.3%) △환자 사망 등 의학적 요인 119건(18.6%) △임무시간(일출 후~일몰 전) 부족 108건(16.8%) 등이었다.

허 의원은 "응급의료 취약지역 환자의 이송률을 최대한 높이려면 닥터헬기 24시간 운항, 소방·해양경찰 헬기 등 육·해상 응급체계 구축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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