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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고령의 암 환자는 백신 못 맞았다... 이유는 단지 '거동 불편'

입력
2021.10.11 04:30
수정
2021.10.11 15: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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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1차 접종자 4,000만 명 돌파 코앞
정작 대형병원 고령 입원자는 미접종
"구급차라도 불러서 가란 말이냐" 분통

서울대병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대병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70대 A씨는 암에 걸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다. 연령대로 보나, 기저질환이 있다는 점으로 보나, 대형 종합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었다는 점으로 보나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씨는 여전히 백신 미접종자다. 이유는 단 하나, 거동이 불편해서다. 대형병원은 백신 접종 업무를 다루지 않다보니 다른 병원에 가야 하는데, 갈 수가 없어서 생긴 허점이다. A씨의 보호자는 “중병환자들이 백신 접종하려면 구급차라도 불러서 가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형병원 고령의 장기입원자 미접종 많다

1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 4,000만 명 돌파가 눈앞이다. 이날 0시 기준 1차 접종자는 3,992만919명으로 전 국민의 77.7%를 기록했다. 그런데 정작 대형병원에 입원 중인 고령 중증 환자들은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암 환자 등 중증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백신 접종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게 방역 전문가들의 권유이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격인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앞두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백신을 맞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해 있지만 거동이 불편해 인근 의원급 접종 위탁 의료기관에 갈 수 없어서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백신 예방접종센터는 더 멀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빅5’라 불리는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을 비롯, 상급종합병원 상당수가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에서 빠져 있어서 나타난 현상이다.

백신공급 효율성 따지다 벌어진 일

방역당국이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다. 지난달 A씨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대형병원, 정신질환 의료기관, 재활의료기관 등의 입원 환자 등을 상대로 백신 접종 수요 조사를 했다. 그 결과 4만5,000여 명의 접종 수요를 확인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실제 백신을 보내 접종한 대상자는 205명에 그쳤다.

이유는 백신 공급과 접종의 효율성 문제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한 바이알(용기)당 대략 6명에게 접종할 수 있다. 수요조사를 통해 한 의료기관당 최소 10바이알 이상을 보냈는데, 60명 이상 접종 수요가 있는 곳이 9군데에 그쳤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입원 환자나 보호자의 백신 접종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되는 의료기관에 백신을 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형병원에 백신 접종 재량권 줘야

질병청 관계자는 “위탁의료기관이 아니더라도 입원 환자나 직원 등의 수요가 있을 경우 보건소에 신청을 해주면 백신을 보내 접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수요자가 6명 미만일 경우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이상 공급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해 있지만 거동이 불편해 예방접종을 못 맞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과 비슷한 처지인 요양병원·시설의 환자는 우선 접종을 실시했다. 이 때문에 형평성 측면에서라도 예방 접종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백신 접종기관이 거의 없어 생기는 문제로 보완이 필요하다”며 “방역당국이 상급종합병원에 일정 수량의 백신을 주고 자율적으로 접종을 하게 하면 좀더 접종률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전략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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