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조연인가 주연인가... 주목되는 정민용 변호사의 '입'

경력 없이 도시공사 입사 의혹
검찰서 "유씨가 1호 주인 진술"
남욱·유동규 비밀 다 알고 있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지난 달 29일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을 상대로압수수색을 벌이는 모습. 뉴시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를 만들고 민간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대장동 사업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정민용(47) 변호사의 '입'이 주목받고 있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 투자사업파트장으로 입사해 전략사업팀장을 지낸 인물로 대장동 수사 핵심 인물인 남욱(48) 변호사와 성남도시공사 전 기획본부장인 유동규(52)씨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정도로만 알려졌지만, 양쪽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키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민용 채용 위해 자격 기준도 낮춰

성남도시공사는 대장동 사업 민간업체 선정을 5개월 앞둔 2014년 10월 기획본부 산하에 전략사업팀을 신설하며 변호사와 회계사를 전문계약직으로 신규 채용했다. 정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의 서강대 후배였고, 정 변호사 직속 상관인 김민걸 회계사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로 배당금 644억 원을 받은 정영학(53) 회계사와 같은 회계사무소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당시 채용 기준은 회계분야는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로 관련 분야 경력 3년 이상', 법률분야는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였다. 성남시의회는 당시 자격 기준이 너무 낮아 다른 공사의 인사 규정과 비교해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변호사는 국회의원 비서관 등의 경력만 있을 뿐, 실제 변호사로 일한 경력이 전혀 없어 '맞춤형 채용'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정씨가 성남도시공사에 채용될 때 인사 전반을 관리하는 핵심 인사였던 A씨는 한국일보에 "정 변호사와 김 회계사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유동규씨가 당시 인사위원장까지 맡아 전략사업팀 신설과 채용을 진두지휘하는 바람에 다른 임원들의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성남도시공사의 확대와 장기 비전을 생각해 기존 개발사업본부 이외에 전략사업팀 신설이 추진됐지만, 당초 목적과 달리 운영됐다"고 밝혔다.

2014년 성남도시공사 전 기획본부장인 유동규씨가 기획본부 산하 전략사업팀 신설한 이후 정민용 변호사와 김민걸 회계사를 전문 인력으로 채용한 직후 6명 남짓 되는 전략사업팀원들에게도 개발업무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규정을 개정했다. 사진=성남도시개발공사 보수규정 캡처

정민용 입사 후 업무수당도 특혜성 논란

정 변호사가 성남도시공사에서 특별 대우를 받았다는 정황은 또 있다. 개발사업본부 임직원만 받던 수당을 정 변호사가 속한 전략사업팀 신설 직후인 2014년 11월부터 '전략사업팀 중 개발사업 업무에 종사하는 임직원에게도 지급한다'고 규정이 바뀐 것이다. 개발업무 수당은 월 기본급의 15%로 기획본부장인 유씨를 포함해 김회계사와 정 변호사 등 소수의 전략사업팀 직원만 혜택을 받았다.

공교롭게 정 변호사가 퇴직한 직후인 올해 6월 개정된 '보수규정'에선 개발업무 수당이 월 기본급의 8%로 깎였다. 성남도시공사 내부 관계자는 "7년 전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전략사업팀 신설과 전문계약직 채용에 의문이 많았다"며 "유동규씨가 만든 전략사업팀 직원들이 공사를 사실상 사유화시킨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유동규씨의 수족 역할을 했던 정 변호사는 퇴직 후에도 유씨와 '유원홀딩스'란 부동산 컨설팅회사를 세운 뒤 11억 8,000만 원이란 거금을 건네 주는 등 한몸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최근 정 변호사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정 변호사는 전날 검찰에 "유씨가 이혼 합의금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면서 '천화동인 1호는 자기 것이고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에게 차명으로 맡겨 놓았다. 김씨에게 700억 원을 곧 받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한 적 있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그간 유씨가 내놓은 해명과는 배치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유동규씨나 남욱 변호사 입장에선 정 변호사가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