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깐부" "원팀 정신" 내세웠지만... 윤석열·홍준표 신경전 불붙었다

입력
2021.10.10 17:18
수정
2021.10.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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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는 막말" "윤석열은 반칙" 저격 공방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 경선 4차 방송토론회 전 방송 진행 설명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 경선 4차 방송토론회 전 방송 진행 설명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선두 경쟁을 벌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경선이 4강으로 압축된 이후 양측은 각각 '깐부' '원팀'이란 표현을 동원해 수위 조절에 나서는 한편, '대세론 입증'을 위한 상대 견제에도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겉으로는 "깐부" "원팀" 한목소리

윤 전 총장은 10일 오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깐부'라는 표현을 사용해 당내 후보들끼리 지나친 비판과 공세는 삼가자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홍 선배님! 우리 깐부 아닌가요"라고 썼다. 검찰 선배인 홍 의원이 전날 대장동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자신을 한데 묶어 '범죄 공동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것이다. 깐부는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등의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뜻하는 말이다.

홍 의원도 표면적으로는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경선에 함께했거나 하고 있는 후보들 모두 각자의 경륜과 전문성을 가진 훌륭한 분들"이라고 추켜세우면서 "경선 승리 후 원팀이 돼 정권을 탈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된다면 경쟁자인 윤 전 총장과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성 상실한 막말" vs "반칙 일삼아" 견제구

양측은 다른 한편에선 거친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전날 홍 의원의 '범죄 공동체' 발언에 대해 "이성을 상실한 듯 막말을 했다"며 "홍 의원의 막말 병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고쳐지지 않는 불치병이란 얘기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캠프 공식 발언치곤 다소 거친 표현들이 포함된 것으로, 윤 전 총장은 대변인단에 주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원팀 정신'을 강조하면서도 윤 전 총장 측의 여론몰이 행태를 문제 삼았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 후보 캠프에서는 지난번 우리 캠프를 공작으로 끌어들이는 거짓 선전을 했고, 이번에는 확인되지 않은 경선 결과를 거짓 주장하는 반칙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깐부는 동지입니다"라며 "동지는 동지를 음해하지 않습니다. 나는 팩트 외는 공격하지 않습니다"라고 쏘아붙였다.

당 선관위 원칙상 컷오프(예비경선)와 관련해선 후보순위를 공개할 수 없는데, 윤 전 총장 측 인사가 방송에서 "(2차 컷오프에서) 윤 전 총장이 4%포인트 정도 홍 의원을 앞섰다"고 밝힌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홍 의원 측은 이날 "특정 후보 대선캠프 인사가 방송사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달라"는 내용의 요청문을 지상파 및 종합편성채널 등에 보냈다.

洪·劉 견제 시 "尹 유리할 것" 전망도

윤 전 총장 견제에는 유승민 전 의원도 가세했다. 유 전 의원 대선캠프는 윤 전 총장 측의 2차 컷오프 결과 발언과 관련해 "정보 유출이면 선거법 위반이고, 허위사실 유포면 여론을 호도하는 민주주의 유린 범죄"라고 직격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의 집중 견제를 받는 구도가 윤 전 총장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 국민의힘 대선캠프 관계자는 "경선 본선에서는 유 전 의원의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홍 의원에게 몰렸던 '반(反)윤석열' 표심이 유 전 의원에게 분산될 경우, 윤 전 총장이 오히려 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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