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앉아서 주로 생활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의자병'

입력
2021.10.11 17:50
0면
구독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8세 A씨는 아침에 일어나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차의 운전석에 앉아 운전해 출근한 다음,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근무를 한다. 점심시간에 잠깐 일어나지만 식당에서 또 앉아 식사를 한다.

퇴근 후에도 식탁에 앉아 가족과 저녁식사를 한 후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본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스마트폰 앱을 사용할 때도 앉아 있게 되고, 이전에는 직접 다녀오던 은행 업무나 장보기조차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처리한다. A씨의 하루 일과는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의 연속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5,000여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단면 연구에 따르면, 앉아 있는 시간이 3시간 미만인 대상자는 15%, 3~5시간은 42%, 6~9시간은 25%, 10시간 이상은 18%로, 앉아 있는 시간이 3~5시간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의자병’은 사실 의학 용어나 정식 진단명은 아니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신체 활동량이 부족해진 현대인에게 급증하는 질환을 통칭한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에너지 소비량이 낮아져 비만ㆍ당뇨병ㆍ심혈관 질환뿐만이 아니라 대장암ㆍ유방암ㆍ난소암ㆍ자궁내막암 등 각종 암 발생 위험까지 높아진다.

장시간 앉아 있는 자세는 목ㆍ허리 등 근골격계 이상을 유발해 긴장성 두통ㆍ요추염좌ㆍ추간판탈출증 등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며, 외로움ㆍ우울감이 생기기 쉽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제한되거나 단절되기 쉽다.

2011년 한 연구에서 긴 좌식 생활은 비만ㆍ당뇨병ㆍ암ㆍ심혈관 질환 등 34개의 만성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했다. 2015년에는 한 연구진이 성인의 앉아 있는 시간 분포에 대한 54개의 설문 조사 자료를 모아 사망률을 비롯한 인구학적 정보와 연결해 메타 분석했다.

그 결과, 54개국에서 사망자의 3.8%가 3시간 이상 앉아 있는 생활 습관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좌식 생활 습관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컸고, 유럽, 동부 지중해, 미주, 그리고 동남아시아 순이었다. 좌식 생활 습관이 사라지면 기대 여명이 0.20년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해도 긴 좌식 시간의 건강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업무나 휴식으로 앉아 있는 동안에도 1시간마다 10분 정도는 일어서서 잠시 걷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컴퓨터 작업할 때에도 30~60분마다 10분 정도 일어서고 스트레칭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권장된다. 인체 공학적으로 무리가 없는 자세로 앉는 것도 중요하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몸 쪽에 가까운 곳으로 놓고, 어깨는 뒤로 쭉 펴서 척추가 쭉 펴지는 자세로 앉는 것이 좋다.

작은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도 의자병을 피할 수 있다. 주차를 좀 떨어진 곳에 하고, 전화를 서서 받으며, TV 볼 때나 양치질할 때 양발 뒤꿈치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도록 하자. 일할 때에도 꼭 앉아서 해야 하는 업무가 아니라면 서서 하고, 동료와의 연락이나 의사소통도 가끔은 이메일이나 메신저 대신 걸어가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또한 식사하러 가면서 걷고,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퇴근할 때, 자동차 운전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출퇴근할 때 걷는 시간이 늘어나면 하루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