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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잠적' 남욱, 추석 전까지 한국서 "임시 사무실 알아봐 달라"

입력
2021.10.08 18:00
수정
2021.10.08 20: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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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한 오피스텔서 천화동인 4호 사무실 빼
9월 8일 직접 부동산 업자 만나 임시 사무실 문의
'좋은 땅' 알아보기도 해... 9월 중순부터 연락 두절
검찰, 외교부에 남욱 여권 무효화 조치 요청
남욱 주변인 및 천화동인 4호 조사에도 집중

서울 강남구의 천화동인 4호 본점 주소지에 위치한 건물 모습. 장수현 견습기자

서울 강남구의 천화동인 4호 본점 주소지에 위치한 건물 모습. 장수현 견습기자

대장동 특혜 의혹의 '키맨'인 남욱(48) 변호사가 추석 직전까지 한국에 머물며 자신 소유의 천화동인 4호와 관련한 부동산 업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남 변호사는 3년 전 가족과 함께 출국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거주하고 있었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한국에 들어왔다가 서둘러 떠난 셈이다.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남 변호사는 8월 30일 서울 서초구 한 오피스텔에 위치한 천화동인 4호 사무실을 정리했다. 남 변호사와 거래한 부동산 중개업자 A씨는 "남 변호사가 한참 전부터 사무실을 빼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가 쓰던 사무실을 손님들에게 제일 먼저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실은 현재 남 변호사와 전혀 관계 없는 세무사가 사용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9월 1일 천화동인 4호 본점 소재지를 서울 강남구의 한 신축 건물로 이전했다. 이 건물에는 남 변호사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회사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사무실 내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곧바로 입주할 수 없었다.

그러자 남 변호사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잠시 사용할 임시 사무실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남 변호사가 9월 8일 직접 찾아와 '아직 건물에 들어갈 상황이 안 되니 근처에 조금 작은 사무실로 알아봐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이후에도 한국에 머물렀다. 그는 A씨에게 "주유소로 쓰던 부지도 좋으니까 위치 좋은 땅이 있으면 알려 달라. 건물은 내가 올리면 된다. 돈은 수백억 원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지난 4월에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주유소 부지를 300억 원에 사들인 적이 있는데, 이를 언급하며 또 다른 건물 부지를 물색한 것이다. 남 변호사가 소유주인 천화동인 4호는 대장동 사업을 추진한 민관합동업체 '성남의뜰' 주주로 참여한 뒤 1,007억 원을 배당받았다.

A씨는 그러나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중순쯤 임시 사무실 후보지를 파악해 남 변호사에게 연락했지만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당시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제기되던 시기라 수사를 받지 않기 위해 서둘러 미국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 전반을 꿰뚫고 있는 핵심 인물인 만큼, 그를 조사하기 위해 여권 무효화 조치를 외교부에 요청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남 변호사가 자진 귀국하지 않을 경우 당분간 신병 확보가 쉽지 않다고 보고, 주변인 조사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상무 기자
장수현 견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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