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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아랍에미리트(UAE)가 또다시 엄청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를 탐험할 예정이다. 2028년에 소행성대 탐사를 위한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UAE 총리는 "발전과 진보를 향한 여정에는 경계, 국경, 한계도 없기 때문에 우주를 탐사한다. UAE가 우주에서 진일보할 때마다 지구의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생긴다.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투자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UAE의 도약이 놀랍고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UAE는 2006년에 우주센터를 설립하고, 당시 젊고 우수한 인재들을 우리나라로 유학 보냈다. 쎄트렉아이와 KAIST로 유학 왔던 똑똑한 학생들이 공부를 마치고 자국으로 돌아가서, 화성탐사선 프로젝트 총괄 과학자, 첨단과학기술부 장관 겸 우주청장, 자국 최초의 위성 칼리파셋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었다. 이들이 주축이 되어 2014년 자국의 우주청을 만들고, '에미리트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UAE는 자체 설계를 적용한 첫 위성을 성공시킨 지 겨우 3년 만인 올해 2월에 탐사선 아말(우리말로 '희망')의 화성 궤도 진입까지 성공시키는 쾌거를 달성했다. 게다가 이제는 소행성 탐사까지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로 화성 탐사에 성공한 것도 놀라운데, 만약 소행성 탐사까지 성공한다면 UAE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소행성 탐사에 성공한 나라가 된다. 이쯤에서 우리한테서 위성 기술을 전수받은 UAE가 단기간에 우주에서 성공적인 도약을 이루게 된 전략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주 탐사 국가들 중에서도 한참 후발 주자인 UAE의 첫 번째 전략은 국제 협력이다. 후발 주자에게 기술과 경험을 나누어줄 수 있는 충실한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다. UAE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콜로라도 대학, 애리조나 주립대학과의 협력으로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확보하면서 외연을 넓히는 전략을 구사했다. 콜로라도 대학의 대기우주물리학연구소(LASP)는 우주탐사선과 탑재체 제작 분야에서 70여 년 이상의 경험을 축적한 연구소이다. 화성 탐사가 기존에 개발한 지구관측 위성보다 5배는 복잡했다면, 소행성 탐사는 화성 탐사보다 5배 이상 더 복잡한 기술을 구현해야만 한다. 또한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적인 목표를 추구해야만 소행성 탐사가 가능하다.
UAE가 선택한 두 번째 전략은 민간 우주기업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 지원이다. UAE는 자국의 우주 기업과 우주분야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우주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다양한 정책적인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위성 개발 업체가 우주산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서 인력 누수를 방지하고, 개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공공 우주개발 수요가 있어야만 한다. 발사체 업체가 국제 발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민간 전용 고체 로켓 발사장과 성능 시험장의 신속한 구축이 필요하다. 동시에 우주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서 우주산업체에서 적기에 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 방안을 장기적인 관점과 단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신속하게 먼저 할 수 있는 것부터 실행해나가야 한다. 법과 정책이 모두 결정된 이후에는 우리 산업체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우주탐사는 결국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정말 너무 늦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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