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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억 게임'에 분노한다면

입력
2021.10.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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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여야 막론한 '기득권 게이트'
문제는 불법인가 개발 수익 자체인가
부동산 불로소득 게임 이제 벗어나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화천대유가 시행한 4개 단지 아파트 개발이익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화천대유가 시행한 4개 단지 아파트 개발이익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는 목청 높여 ‘너네 게이트’를 주장하지만 대장동 의혹은 ‘기득권 게이트’가 맞겠다. 6일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50억 클럽’의 면면을 보자. 이 명단이 아직 의혹 수준이라면, 드러난 화천대유의 호화 법조·정치 인맥은 어떤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 '권력 인맥'이다. 피의자로서 만났던 검사마저 ‘좋은 형님’으로 모시는 광폭 도량이 경탄스럽다. 민영·공영개발이 엎치락뒤치락한 경험 후에 개발투기세력은 아예 사업 설계자와 결탁했다. 수익 분배 설계와 로비가 아슬아슬하게 합법이거나 감춰졌다면 이 기득권 결탁은 아무렇지 않게 다음 프로젝트에서 또 막대한 이익을 남겼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불법인가, 개발 이익 자체인가. 물론 불법은 처벌해야 마땅하다. 배후 정치권력이 있다면 밝혀야 한다. 그러나 짬짜미 없이 8,000억 원 개발·분양 수익을 냈다면 그것은 용납되는 것일까.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고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수익이 3,000억 원 정도였다면 축하할 일일까. 이 시점에 우리는 토지 가치의 원천에 의문을 품어봐야 한다. 과도한 이익 환수뿐만 아니라, 땅에서 불로소득을 얻는 것 자체가 정당하냐는 물음을 던져봐야 한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나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 등 토지가치공유제를 주장하는 헨리 조지 학파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아예 없애는 체제 전환을 주장한다. 공공은 수용한 토지를 팔지 않고 건물분만 저렴하게 분양하며, 높은 보유세를 부과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게 하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부동산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이를 반시장적이라 비판하며 민영 개발을 주장한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의 ‘역세권 첫집주택’, 홍준표 후보의 ‘4분의 1 값 주택’ 공약도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이다. 값싼 공공 분양이 해결책의 전부는 아니다. 일찍이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 반값 아파트를 실현했으나 최초 분양자만 잭팟을 터뜨렸을 뿐이다. 그러니 주인이 바뀔 때마다 가격이 뛰는 것을 막도록 환매조건을 붙여야 하고, 시장 전반이 안정되도록 강력한 세제가 필요하다. 그렇게 내 집 마련이 가능하고 쌓이는 임대료에 목숨 끊는 일이 없다면 얼마나 안도할 세상인가.

이 아름다운 이상이 실현되려면 또 하나의 질문을 곱씹어야 한다. 화천대유의 8,000억 원 이익에 분노하고 억울하다면 내 집값이 8억 원쯤 오르(기를 희망하)는 것은 정의로운가. 물론 규칙을 준수하며 발품을 팔고 대출을 얻어 마련한 내 집은 떳떳하고 자랑스럽지만 매매차익이 생산활동의 대가가 아닌 것은 마찬가지다. 화천대유처럼 결국 누군가로부터 이전받은 돈일 뿐이다. 주택시장 안정을 외치던 무주택자도 내 집 마련 순간 차익 실현을 꿈꾼다. 최근의 부동산 광풍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데 ‘오징어 게임’처럼 오직 ‘나도 잭팟을 터뜨릴 수 있다’는 미련 때문에 이를 용납하고 있는 꼴이다.

이 욕망을 버리는 사회적 합의는 대선에서나 타진할 수 있는, 우리 사회가 직시해야 할 근본적 질문이다. 지금 대장동 의혹이 ‘누구 게이트냐’에 매몰되는 것은 그래서 유감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누구와 편 먹느냐가 아니라, 이 게임을 중단할 것이냐였다. 우리 국민도 이런 중대한 결정을 맞닥뜨리기를 바란다. 이 부동산 불로소득 게임을 중단하는 데에 찬성하는가. 각각 이해가 다른 기득권층을 설득해야 하며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저 돈다발을 포기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수가 찬성의 초록 버튼을 누를 때 승자 독식의 '오십억 게임'은 끝난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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