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루가, 전시부터 중단하고 삶의 질 높일 방안 찾아야"

입력
2021.10.08 11:00
'애니청원' 공감에 답합니다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과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각각 혼자 살고 있는 벨라(왼쪽)와 루비. 핫핑크돌핀스, 아쿠아플라넷 여수 제공

"홀로 남은 벨루가 하루빨리 바다로 보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10월 1일)한 '애니청원'에 한국일보닷컴과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감해주신 분이 850명에 달했습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한화 계열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각각 홀로 살고 있는 벨루가(흰고래) '벨라'(12세?암컷)와 '루비'(11세?암컷)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는데요.

롯데월드는 벨라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족관 내에서 전시하면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아예 루비의 방류 계획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롯데월드가 구성한 '방류기술위원회'의 위원이자 '루비'의 소유주인 2012 여수세계박람회 재단 주무관청인 해양수산부에 벨라와 루비를 위한 어떤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또 벨라 방류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들어간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와 고래류 방류에 힘써 온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에게 벨루가들을 위해 당장 필요한 대책에 대해 묻고 전달해 드립니다.

핫핑크돌핀스가 촬영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사는 벨루가 벨라.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능이 뛰어나고 복잡한 사회관계를 맺으며 사는 벨루가에게 단독 생활은 치명적인데요, 이들을 위해 어떤 대책이 마련되고 있나요.

"벨루가를 국내에 방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롯데 측에서 아이슬란드 생크추어리(바다쉼터)를 수차례 접촉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루비의 경우 소유주인 2012 여수세계박람회 재단과 위탁을 맡고 있는 아쿠아플라넷 여수가 방류 결정을 위해 논의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당장 방류를 결정하기는 어렵지만 둘을 해외에 방류하거나 생크추어리로 보내는 방안, 또 보내기 전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 마련 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하 이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장)

-캐나다 노바스코샤에 생크추어리를 짓고 있는 고래생크추어리프로젝트가 한국 벨루가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요.

"고래생크추어리프로젝트가 실질적으로 바다쉼터를 운영하는 데 2, 3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측의 운영계획이 최종 확정된다면 각 기업과 협력해 벨루가를 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검토하겠습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시민들과 지난달 벨라의 전시 중단과 방류 촉구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이달 24일까지 2차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롯데는 벨라를 방류하겠다고 밝혔는데, 방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뭔가요.

"롯데가 벨라를 방류하겠다고 밝힌 지 2년이 지났지만 네 차례 회의를 한 것 이외에는 진척된 게 없습니다. 2012년과 2013년 제돌이 방류를 위해 모인 전문가들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모여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방류 결정 1년 만에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 야생적응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또 아쿠아리움 홈페이지나 벨라 전시시설에도 '마지막 남은 벨루가를 방류하겠다'라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롯데가 방류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지난달 벨라의 전시 중단과 방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한 데 이어 롯데가 벨라 방류를 약속한 지 2년이 되는 이달 24일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

2013년 4월 말 제주 바다 방류를 앞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제돌이이야기관에서 활어 사냥 훈련을 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벨라와 루비를 위해 가장 먼저 어떤 대책이 필요합니까.

"가장 먼저 벨라와 루비를 야생 방류할지 아니면 생크추어리로 보낼지부터 명확하게 정해야 합니다. 이는 개체의 특성과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평가기준에 따라 국내외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고요.

방향성을 정한 다음에는 두 마리를 합사해 지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사회적 동물임을 감안해서도 그렇고, 또 방류든 생크추어리 이송이든 둘을 함께 보내는 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가능성을 높여 주기 때문입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고래생크추어리프로젝트가 생크추어리를 짓고 있는 캐나다 노바스코샤 전경. 고래생크추어리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

-벨라와 루비를 위한 최선의 대책은 뭐라고 보나요.

"현재로선 벨라와 루비를 캐나다에 지어질 생크추어리로 보내는 게 최선으로 보입니다. 두 마리를 더 이상 전시하지 않고 생크추어리로 보낸다는 것을 전제로 생크추어리로 가기 전까지 함께 지낼 공간을 확보하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조약골 대표)

"다행히 세계적 고래 전문가와 석학들이 만든 캐나다 고래생크추어리프로젝트가 한국 벨루가 인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롯데가 벨라의 방류를 원한다면 이송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게 맞습니다. 프로젝트는 이미 시설을 짓고 있고, 2년 후부터 가동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국가 간 거래인데다 개체의 상황을 고려해 추진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이송에 대한 협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형주 대표)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애니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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