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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은 호주 핵 잠수함 개발을 밀기로 했나

입력
2021.10.07 19:00
25면

편집자주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다. 기술혁신은 무기혁신을 낳는다. 기술이 곧 전쟁양상을 결정한다는 미래주의 관점에서 전쟁과 무기, 그리고 한국국방의 생태계를 그려본다.


미국 해군의 Virginia급 핵 추진 잠수함 USS North Dakota의 작전활동 모습. ⓒUS NAVY

미국 해군의 Virginia급 핵 추진 잠수함 USS North Dakota의 작전활동 모습. ⓒUS NAVY


9월 15일 미국, 영국, 호주 3국은 오커스(AUKUS) 안보협정을 발표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미국이 1958년 영국에만 제공했던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민간 핵 기반시설이 미비한 호주에 제공하기로 한 것은 전략적 의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번 AUKUS 동맹 결성은 미국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고조되는 시점에 미국은 왜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는가?

잠수함은 현대전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전력이다.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과 핵 잠수함으로 구분된다. 핵 추진 잠수함은 작전반경(range), 속도(speed), 은밀성(stealth), 잠항능력(endurance) 등에서 디젤 잠수함보다 월등히 우수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장점은 핵 잠수함의 엄청난 동력에서 비롯된다. 추진 잠수함은 원자로를 통해 잠수함을 가동시키는 동력을 생산한다. 연료 재공급의 필요성이 없으며 미국과 영국처럼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 30년 이상 운용할 수 있다. 충분한 동력을 바탕으로 장기간 원거리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어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나다.

핵 추진 잠수함이 핵 확산을 야기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호주가 보유하려는 공격형 핵 추진 잠수함은 핵무기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 원자로를 에너지원으로 잠수함을 가동시킬 뿐 핵무기를 적재하지 않는다. 물론 우라늄을 무기개발에 유용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또한 나토와 같이 핵 공유(sharing)를 통해 공격형 핵 추진 잠수함이 핵보유국이 제공하는 핵장착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확산체제의 안전조치를 엄격히 적용할 경우, 핵 추진 잠수함을 통한 핵확산 시도는 어렵다.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려는 국가의 비확산 활동기록, 비확산 의지, 강대국의 신뢰 등이 전제되어야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국 해군의 Astute급 핵 추진 잠수함 HMS Audacious호. ⓒBAE SYSTEMS

영국 해군의 Astute급 핵 추진 잠수함 HMS Audacious호. ⓒBAE SYSTEMS


핵 추진 잠수함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전략 핵 추진 잠수함의 목적은 핵 장착 탄도미사일로 적의 핵 공격을 억제하는 것이다. 공격 핵 추진 잠수함은 적의 잠수함을 추적해서 파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략 핵 추진 잠수함도 그 대상이다. 또한 장거리 타격능력을 구비해 원거리에서 수행하는 대테러작전이나 해상수송로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다. 고위력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해서 적의 핵 공격을 억제할 수 있을 때, 공격 핵 추진 잠수함의 전략적 효용성이 극대화될 수도 있다.

이처럼 핵 추진 잠수함은 거부 및 보복능력을 보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가진다. 여기에 더해 핵 추진 잠수함 보유는 미국과의 절대적 신뢰와 통합억지력 강화라는 상징적 의미를 나타낸다. 이번 AUKUS 동맹 결성과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개발 지원 결정은 미국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고조되는 시점에 미국은 호주에 더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향후 잠수함이 그 효용성을 상실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탐지 기술과 수중 교신기술의 발전으로 해양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핵 추진 잠수함의 활동이 노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핵 추진 잠수함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한 호주가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결정했다. 미래에도 핵 추진 잠수함의 전략적 효용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반증이다. 우리의 공격형 핵 추진 잠수함 개발 역시 전략·전술적 필요성, 비용, 기술, 연료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데 핵 추진 잠수함이 크게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석수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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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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