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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새로운 자본주의’ 日 증시 발목 잡았나... 8일 연속 하락 ‘기시다 쇼크’

입력
2021.10.07 18:0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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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연속 하락은 12년 만에 처음... 7일은 반등
"해외 투자자 고노 다로 선호... 기시다에 실망 매물"
신자유주의 비판, 금융소득과세 인상 등 우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닛케이 평균 주가)가 8일 연속 하락한 6일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일본 증시가 8일 연속 하락한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도쿄=EPA 연합뉴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닛케이 평균 주가)가 8일 연속 하락한 6일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일본 증시가 8일 연속 하락한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도쿄=EPA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총재 당선과 함께 시작된 일본 증시 하락세가 6일까지 8일간 이어졌다. 닛케이지수가 8일 이상 연속으로 빠진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새 정권 출범 시 기대감으로 장이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로 급락하고 있어 일본 증시에선 ‘기시다 쇼크’로 부르고 있다.

7일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49엔(0.54%) 소폭 반등하면서 거래를 마쳤다. 8일 연속 하락한 데 따른 반발 매수 덕분이다. 하지만 기시다 신임 총리가 앞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9월 29일 이후 전날까지 하락 폭은 2,015엔(6.8%)에 달했다. 한 달 전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불출마 선언을 하고 여러 총재 후보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닛케이지수는 순식간에 3만 엔을 돌파하는 등 ‘총재 선거 랠리’를 보였는데 정작 선거가 끝난 후부터 줄곧 하락한 것이다.

최근 일본 정치 일정과 닛케이지수 흐름

최근 일본 정치 일정과 닛케이지수 흐름



"해외 투자자 고노 다로 등 기대... 기시다는 구조개혁 후퇴 우려"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하락세에는 중국 헝다그룹의 부채 문제나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세계적 경기 침체 우려 등 국제적 요인도 있지만, 기시다 내각 출범이라는 국내 요인도 크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등 해외 증시보다 일본 증시 낙폭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아다치 마사미치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 총리로 해외 투자자들이 기대한 것은 재생에너지 정책 등에서 개혁을 기대할 수 있는 고노 다로(현 자민당 홍보본부장)였다”면서 “적극적 재정정책을 내건 다카이치 사나에(당 정무조사회장)도 괜찮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기시다에겐 그런 기대감이 없어서 실망 매물이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내건 점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임금을 높여주는 기업에 감세 혜택을 주는 등 성장의 과실을 개별 국민에게도 돌아가도록 해, 이런 소득이 다시금 성장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일본 고도성장기를 이끌었던 ‘소득 배증’이란 구호나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내세웠던 ‘소득주도성장’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이는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지금까지의 성장 중심 정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기시다 총리, 신자유주의 비판... 금융소득 세율 인상도 시장 우려

실제로 니혼게이자이가 일본 증시를 움직이는 달러·엔 시세와 미국 10년 실질금리의 2개 요인을 제외하고 순수한 ‘일본 증시 프리미엄’을 계산한 결과, 일본 증시의 평가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크게 올라간 경우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적극 추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때뿐이었다. 하지만 현재 일본 내부에서 고이즈미 경제 개혁은 성장잠재력을 높이기보다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오히려 국민 살림살이를 더 나빠지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한 것도 이 같은 흐름에 따른 것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불안요소인 셈이다.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되는 금융소득과세 인상안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오랫동안 제로 금리였던 일본은 이미 기관투자자나 고소득층이 아닌 개인투자자도 증시나 외환시장에 참여해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미 20% 세율이 적용되는 금융소득 세율을 더 올린다는 아이디어는 ‘부자만 주식투자를 한다’는 착각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후지노 히데토 레오스캐피탈워크스 사장이 “투자의 혜택을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지금 일본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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