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 다가오는데… 美 물류대란 탓, 선박에 발 묶인 상품들

입력
2021.10.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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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항 "트럭 운전사 절반만이 항구에서 작업"
선박 운송량 50% 급증했지만 인력 부족이 발목
송유관 파손 이유로도 지목... 부수적 피해 속출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선들이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바다에서 입항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선들이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바다에서 입항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대형 항구의 ‘교통 정체’가 심각한 모습이다. 입항과 하역을 기다리는 선박의 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연말의 양대 대목을 앞두고 선박의 물품 운송이 지연되면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눈에 보이지 않는 부수적 악영향까지 속출하고 있다.

진 세로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항 이사는 6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 방송에 출연해 현재 LA 항구의 물동량 처리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세로카 이사는 “지난 여름에 비해 선박 운송량이 50%나 급증했다”며 “지금도 (LA항에는) 컨테이너 25만 개가 적재돼 있다”고 밝혔다. ‘2주 동안 작업해야 하는 분량’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물류 마비의 원인은 노동력 부족이다. 폭스비즈니스는 해운업체, 항만 노동자, 트럭 운전사, 창고 운영자, 철도 및 소매업체 등 미국 내 각 운송 단계가 모두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세로카 이사도 “항만 노동자들이 주 6일씩 일하고 있다”면서도 “등록된 트럭 운전사 중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항구에서 작업을 하는 비율은 절반뿐”이라고 했다. 독일 상선업체 하파그로이드의 울페 오스테가르드 북미지사장은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대형 항구 두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의 60~70%만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공급망 마비는 다른 피해도 야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물류 대란이 최근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해안에서 발생한 석유 유출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사고 송유관 소유기업인 ‘엠플리파이 에너지’의 마틴 윌셔 최고경영자(CEO)는 4일 기자회견에서 자사 송유관이 선박 때문에 파손됐을 ‘명확한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을 내놨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당국도 이튿날 “근본적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예비 보고서를 보면 파이프라인에 선박 닻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환경오염도 문제다.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올해 6월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선박 입항이 지연되며 미세먼지와 산화물 등 공기오염 유발 요인이 증가했고, 지역 사회에도 실질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40여 척이었던 대기 선박은 현재 60여 척 넘게 늘어났다. 환경오염 정도도 더 커졌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항구 마비 때문에 차례를 기다리느라 인근 해안에 닻을 내린 선박이 본의 아니게 부수적 피해까지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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