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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전지현…여전히 주인공인 4050 여배우들

입력
2021.10.09 10:04
이영애(왼쪽)와 전지현(오른쪽)이 방영 예정인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았다. '구경이', 에이스토리 제공

이영애(왼쪽)와 전지현(오른쪽)이 방영 예정인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았다. '구경이', 에이스토리 제공

20~30대 배우들만 여자 주인공을 맡을 수 있다는 건 묵은 편견이다. 중노년의 삶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닌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스타들 중 많은 이들이 여전히 안방극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990년 데뷔한 배우 이영애는 어느덧 50대가 됐다. 그는 JTBC 새 드라마 '구경이'로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이영애가 맡은 역할은 게임과 술이 세상의 전부인 보험조사관 구경이다. 예비 시청자들은 사고로 위장된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을 파헤칠 전직 경찰 구경이의 활약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배우 전지현이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1997년이다. 40대 전지현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그는 tvN 드라마 '지리산'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 서이강 역을 통해 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는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JTBC 드라마 '인간실격'에 출연 중인 배우 전도연 역시 40대다. 1990년에 데뷔한 그는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부정 역을 맡았다. 류준열과의 호흡을 선보이는 중이다. 전도연은 부정의 감정선을 세심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전도연이 JTBC '인간실격'의 여자 주인공으로 활약 중이다. 방송 캡처

전도연이 JTBC '인간실격'의 여자 주인공으로 활약 중이다. 방송 캡처

이와 같이 오늘날의 여배우들은 40~50대에도 타이틀롤을 맡아 극을 이끈다. 그러나 과거엔 연기자들이 30~40대부터 장성한 주인공의 어머니 역을 맡는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배우 김수미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 역을 소화했다. 김영애가 태수의 어머니 역으로 SBS '모래시계'에 출연했을 당시 그는 40대였다. 김해숙은 30대에 MBC 드라마 '4일 간의 사랑'에서 유진 어머니 역을 연기했다.

김수미 김영애 김해숙은 각자의 자리를 빛냈지만 극의 초점은 20대 여자 주인공들에게 조금 더 집중돼 있었다. 뛰어난 연기를 지닌 30대 이상의 배우들을 사랑했던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들의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오늘날엔 40~50대의 배우들부터 20대 김혜윤 한소희, 30대 김고은 박신혜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연기자들이 주인공으로 활약 중이다.

나이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주연 배우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연기의 스펙트럼도 함께 확장됐다. 대표적인 예는 모성애 연기다. 조연의 전유물이었던 모성애 연기가 40~50대 주인공들을 통해 극의 중심을 차지하게 됐고, 자연스레 자녀를 둔 시청자들의 공감도가 높아졌다.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서 딸의 곁으로 돌아온 귀신 차유리 역을 연기했던 40대 배우 김태희는 종영 인터뷰를 통해 "모성애는 내가 엄마가 돼 본 적이 없었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감정일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주인공이 소화하는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작품들은 다양한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깊어진 연기로 안방극장을 풍성하게 채우는 4050 배우들이 앞으로도 진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주길 바라본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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