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립기상과학원도 '특공 먹튀'… 수혜자 중 30%만 이전 지역에 근무

입력
2021.10.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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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전' 명목 아파트 특공 받고도
1년 만에 퇴직하기도... 감시망 전무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0 회계연도 결산 및 2021년도 국정감사계획서 채택의 건이 의결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0 회계연도 결산 및 2021년도 국정감사계획서 채택의 건이 의결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기관 지방 이전을 명목으로 아파트 특별공급, 속칭 ‘특공’ 혜택을 받은 국립기상과학원 직원들 중 실제 이전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근무 여건 개선을 이유로 도입된 특공 제도가 관리 소홀 탓에 직원들의 배만 불리는 ‘꼼수’로 악용된 사례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기상과학원이 2013년 제주 서귀포혁신도시로 이전할 당시 특공을 받은 직원 32명 가운데 현재 제주에서 일하는 인원은 12명에 그쳤다. 원래 서울 동작구에 있던 기상과학원은 그해 12월 서귀포혁신도시로 이전했고, 혜택 당사자들은 2012년 6월과 2013년 11월 특공에 각각 당첨됐다.

지방 이전 계획이 확정된 공공기관 직원들에게는 옮겨질 혁신도시 내 아파트 특별 공급 청약자격이 주어진다. 삶의 터전을 바꾸는 데 따르는 편의를 돕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상과학원 특공 당첨자 20명 중 9명은 이미 퇴직했고, 나머지 11명은 조직이나 기상청 내 다른 기관으로 옮겨 서울, 부산, 강릉 등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특공에 당첨되고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둔 직원도 있었다. 당첨자에 한해 일정 기간 제주 근무를 강제하는 등 관리 방안이 필요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혜를 누리고 실제로 기관 이전 지역에서 근무하지 않는 특공의 폐해는 앞서 여러 차례 지적됐다. 지난해 세종시로 옮긴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특공에 당첨된 임직원 107명 중 65명이 근무지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도 특공만 받고 현지에서 일하지 않는 직원이 19명이나 됐다. 권 의원은 “공공기관 직원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혜택을 받은 만큼, 전출 제한과 의무 근무 기준 등을 보다 엄격히 따지고 관리했어야 한다”며 “제도 취지를 위반한 직원들의 특공을 취소하는 등 강력한 후속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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