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의 성공은 노동자·자영업자 희생시켰기 때문"

입력
2021.10.06 14:30

지난달 8일 오후 광주 서구 시청 인근 도로에서 광주 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영업 제한에 반발하는 차량 시위를 위해 집결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8일 오후 광주 서구 시청 인근 도로에서 광주 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영업 제한에 반발하는 차량 시위를 위해 집결해 있다. 연합뉴스.

"'K-방역'이 상대적으로 성공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다."

한국형 방역 정책이라 불리는 'K-방역'이 기업에는 관대하고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에게만 가혹한, 불평등한 정책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조업과 유통업체들은 집단감염이 끊임없이 발생했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사실상 제외된 반면 공공부문 노동자와 자영업자, 시민 등 상대적으로 '만만한' 쪽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방역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위드 코로나 시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토론회는 민주노총과 민변 노동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대기업엔 관대한 방역정책... 만만한 분야에만 책임전가"

발제자로 나선 우 대표는 한국형 방역의 특성으로 엄격한 거리두기와 광범위한 'TTI'(검사-추적-격리)를 꼽았다. 특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가운데 호주, 일본, 뉴질랜드, 아이슬란드와 함께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는 데 집중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폈는데, 사망률이나 경제성장 등의 측면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우수한 결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역정책의 이면에는 불평등과 비과학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제조와 물류, 유통, 사회적 서비스 부문은 느슨하거나 거리두기에서 제외가 됐고, 비생산·자영업, 집회 등에는 보상 없는 엄격한 거리두기가 적용됐다"고 말했다. 사무실과 생산현장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라 터졌지만 원격근무를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적용하고 콜센터와 쿠팡 물류센터 등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시설폐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는 것이다.

반면 학교와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 비생산 부문과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등은 돌봄 노동자가 환자와 같이 봉쇄되고 야외집회 역시 철저히 금지됐다. 우 대표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밤 9~10시까지 영업이 제한돼 실질적인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지만, 자영업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그럼에도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결국 K-방역의 성공은 △차별적 거리두기 △노령자·장애인 격리 △보건의료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초과노동 △시민들의 자기보호에 바탕을 둔 성과였던 셈"이라고 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도 불평등 해소가 관건"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김성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받았음에도 지난해 상장사 1,083곳의 배당금 총액은 42조여 원으로 2019년보다 37%가 증가했다"며 "올해 상반기 100대 기업 매출액(724조 원) 역시 2019년 상반기보다 49조여 원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이 심화되고, 시장을 과점하고 있던 대기업들에 수혜가 집중되며 나머지 영역과의 양극화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우 대표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거리두기 체계에서 불평등을 야기하는 요소들은 철폐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또한 고용과 주거, 소득, 질병휴가, 돌봄휴가, 생활보장 등 양극화로 인해 피해가 집중된 부문에 대한 보완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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