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소기업 노동자 절반 서울 사는데... '중기특공' 물량은 15가구뿐

입력
2021.10.06 17:00
수정
2021.10.06 19:5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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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서울에 중기 노동자 집중' 이유
민주당 신영대 "무주택 노동자 특별 배려를"

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올해 중기특공으로 공급된 서울 주택은 단 15가구에 불과했다. 뉴스1

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올해 중기특공으로 공급된 서울 주택은 단 15가구에 불과했다. 뉴스1

이른바 '중기특공'으로 불리는 중소기업 장기근속자 주택 우선공급제도로 공급된 서울 주택이 올해 들어 겨우 15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중소기업 노동자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특별공급 주택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중기특공으로 서울에 배정된 민영주택은 15가구였다. 여기에 중소기업 종사자 2,037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135.8대 1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서울 광진구 '자양 하늘채 베르'로, 1가구 모집에 228명이 신청했다.

중기특공 대상자는 중소기업에 5년 이상(동일 기업 3년 이상) 재직 중인 무주택 세대 구성원이다. 전용면적 85㎡ 이하 국민·민영주택 특별공급 물량 가운데 기관 추천 몫인 10%에서 할당하고, 중기부가 대상자를 추천한다.

경기도 경쟁률도 높았다. 올해 9월까지 경기에 배정된 중기특공 물량은 684가구였고, 신청자는 8,468명에 달했다. 과천지식정보타운 '린 파밀리에'는 2가구 모집에 1,045명이 쏠리면서 경쟁률 522.5대 1을 기록했다.

지역 상황은 반대였다. 대구·경북은 479가구가 중기특공 주택으로 배정됐지만 신청자는 137명에 불과했다. 경남 또한 227가구에 대한 경쟁률이 0.3대 1이었다.

수도권과 지방의 중기특공 격차는 주로 집값 상승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는 분양가 9억 원 이하여야 특별공급 대상이 되는데, 수도권 분양주택 중에 이를 충족하는 가구는 별로 없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7,734만 원이다.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수도권 집값이 계속 오르면 중기특공 물량은 더 희소해질 수밖에 없다. 전국 중소기업 종사자 1,700만 명 중 절반에 달하는 837만 명이 서울(413만 명)과 경기(424만 명)에서 일한다.

신영대 의원은 중기특공 물량이 더욱더 확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의원은 "대기업의 58%에 불과한 중소기업 임금에 집값 상승이 겹쳐 중소기업 노동자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중소기업 육성과 청년의 중소기업 장기 재직을 위해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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