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오징어 게임'이 넘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고?

입력
2021.10.07 04:30

드라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제공

재주는 ‘오징어 게임’이 넘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이에 따른 수익 배분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수익을 넷플릭스가 독점하면서 국내 제작사가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과 넷플릭스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적극적 투자 덕에 한국 콘텐츠가 세계로 손쉽게 알려지고 콘텐츠 시장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엇갈린다.

넷플릭스 독식에 대한 우려는 정작 콘텐츠 제작과 관련 없는 정치권에서 먼저 나왔다. 5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콘텐츠 제작사는 아무리 유명한 드라마를 만들어도 일정 수익 이상을 거둘 수 없다”며 “일정 부분 외주제작사의 지적재산권을 보장하는 등 상생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넷플릭스와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외주 제작사에 제작비에 10~20%가량의 이윤을 더해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의 저작권을 갖는다. 흥행에 따른 별도의 인센티브는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드라마 광고 수익이나 영화 상영관, 주문형 비디오(VOD) 매출과 달리 가입자의 월 이용료 위주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매출에서 특정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을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다는 걸림돌이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OTT에서 특정 콘텐츠가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제작사는 손실을 떠안지 않는다.

창작자들, 다양한 작품 만들 수 있는 환경에 반색

제작 현장에서도 여러 관점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창작자들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업체들의 과감한 투자를 반기는 분위기다. 보다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넷플릭스에서 성공한 국내 작품 중 상당수는 국내 영화 투자ㆍ배급사나 방송사에서 거절당해 제작에 어려움을 겪던 프로젝트였다. 군대 내 폭력을 다뤄 큰 화제를 모은 한준희 감독의 ‘D.P.’와 ‘오징어 게임’이 대표적이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10여 년 전 시나리오를 썼을 땐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투자사나 배우들에게 모두 거절당했다”며 “넷플릭스는 형식과 소재, 수위, 길이에 제한이 훨씬 덜하고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주며 창작에 간섭을 하지 않아 좋았다”고 말했다. 흥행에 따른 추가 수익이 없다는 점에 대해선 “아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미 알고 시작한 것이어서 창작자로선 전 세계에서 오는 뜨거운 반응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시장이 쪼그라든 영화계는 특히나 OTT의 공격적 투자를 반기고 있다. 한 중견 감독은 “최근 코로나19로 영화계가 위축되면서 새 작품의 투자를 받기가 한층 어려워졌는데 넷플릭스 같은 OTT는 좋은 대안이 된다”며 “흥행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상업영화계에서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데다 해외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OTT로 향하는 감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황동혁 감독과 한준희 감독에 이어 영화 ‘자산어보’의 이준익 감독(‘욘더’),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수리남’) 등이 속속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있다.

디즈니·애플 등 글로벌 OTT 진출에 국내 콘텐츠 시장 더욱 확대될 듯

한국은 최근 가성비가 뛰어난 콘텐츠 제작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대작의 경우 미국 드라마의 제작비가 회당 100억 원을 훌쩍 넘기는 데 반해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은 회당 2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이 한국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여기에 HBO맥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까지 가세할 경우 국내 콘텐츠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넷플릭스의 좀비 사극 '킹덤'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히트하며 서구에서 '갓'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넷플릭스 제공

경력 20여 년의 중견 영화제작자는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에 눈을 뜬 해외 OTT 업체들이 앞으로 경쟁적으로 국내에 투자를 늘릴 텐데 그러면 한국 콘텐츠와 배우, 감독들의 몸값도 올라갈 것이고 계약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며 “지금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에 우리 영화·드라마 산업과 콘텐츠가 국내·외 시장에서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영화·드라마 제작사들의 의견은 회사마다 차이를 보인다. 배대식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제작사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해외 OTT 업체와 협업을 반기는 곳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자본이 넉넉하고 지적재산(IP) 확보를 우선시 여기는 제작사는 OTT와 거래에서 얻을 것이 많지 않지만, 제작비 및 운영비 확보가 우선인 신생 제작사나 소규모 제작사의 경우 OTT와 협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외 OTT가 대규모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무기로 좋은 콘텐츠를 독점할 경우 토종 OTT나 방송사가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배우 출연료와 감독 연출료 등이 오르면서 전반적인 제작비 상승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한 국내 OTT 관계자는 “제작비는 오를 수밖에 없을 듯하다”며 “그렇지만 제작비 규모가 전부는 아니기에 좋은 콘텐츠만 있다면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OTT 업체는 모두 인터넷제공사업자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만 넷플릭스는 지급하지 않고 있는 데서 나오는 이야기다. 한 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넷플릭스에게 강제로 수익을 제작사와 나누라고 강요하긴 어렵겠지만 최소한 국내 OTT 업체가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당국이 세밀하게 살펴보고 국내 업체의 성장을 지원할 부분은 없는지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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