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신 마나베 교수, 노벨물리학상 수상에 열도 ‘들썩’

입력
2021.10.06 12:00
수정
2021.10.06 16:27
0면
구독

미국 국적자 포함해 28번째, 과학상 수상 25번째?
1956년 도미해 컴퓨터 활용 연구… “호기심이 원동력”

일본 에히메현 출신인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노벨물리학상 수상 소식을 일본 조간신문들이 6일 일제히 1면 톱기사로 실었다. 마나베 교수는 기후변화 관련 연구의 초석을 다진 학자로 미국 국적자이다. 미국 국적자를 포함한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이로써 28명이 됐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일본 에히메현 출신인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노벨물리학상 수상 소식을 일본 조간신문들이 6일 일제히 1면 톱기사로 실었다. 마나베 교수는 기후변화 관련 연구의 초석을 다진 학자로 미국 국적자이다. 미국 국적자를 포함한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이로써 28명이 됐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일본 에히메현 출신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에 일본 열도도 들뜬 분위기다. 일본 조간 신문들은 6일 일제히 1면 톱 기사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공부는 항상 반에서 1등이었다” “그때도 태풍 등 기상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등 에히메현 시코쿠추오시 현지 초등학교 동창의 말도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도 전날 저녁 “일본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축하했다.

마나베 교수는 도쿄대 재직 중인 1958년 도미해 지금까지 줄곧 미국에서 연구 생활을 해 온 미국 국적자다. 일본 출신의 미국 국적자(3명)를 포함할 경우 일본인의 노벨상 수상은 28번째, 과학 분야는 25번째가 된다.

마나베 교수는 노벨상 수상이 결정된 후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컴퓨터를 활용해 대기와 기온의 관계를 연구하고 모델링한 자신의 1967년 논문에 대해 “본질을 파악한 연구였고, 나의 출발점이었다. 홈런 같은 논문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논문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2배가 되면 지상의 기온이 2.3도 오를 것으로 추정하는 등 이산화탄소가 장기적인 기후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혔으며, 이후 전 세계 기후변화와 온난화 연구의 초석이 됐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마나베 슈쿠로(90) 미 프린스턴대 교수가 5일(현지시간) 뉴저지주 프린스턴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이날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마나베와 독일의 클라우스 하셀만(89), 이탈리아의 조르조 파리시(73)를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인의 노벨상 수상은 미국 국적 취득자를 포함해 28명째다. 프린스턴=EPA 연합뉴스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마나베 슈쿠로(90) 미 프린스턴대 교수가 5일(현지시간) 뉴저지주 프린스턴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이날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마나베와 독일의 클라우스 하셀만(89), 이탈리아의 조르조 파리시(73)를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인의 노벨상 수상은 미국 국적 취득자를 포함해 28명째다. 프린스턴=EPA 연합뉴스


미 프린스턴대에서 5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는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학생들도 참가해 마나베 교수를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매우 놀랍고 영광이다”라고 한 마나베 교수는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등 재해에 직면하고 이재민이 발생하는 현상에 위기감을 나타낸 뒤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나베 교수가 기후변화 연구에 본격적으로 임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그는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기후변화 연구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내 연구의 원동력은 모두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연구를 진심으로 그냥 즐겼다”고 회상했다.

마나베 교수는 일본에서 도미해 국적도 바꾸고 미국에 뿌리를 둔 연구 생활을 계속해 온 이유와 관련, “일본에선 서로 폐를 끼치지 않도록 협조해야 한다. 나는 협조를 잘 못했다. (미국에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연구 생활에 대해 “컴퓨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고, 좋아하는 연구를 할 수 있었다”며 연구 자금이 풍부하고 자금 신청도 복잡하지 않아 일본에 비해 연구 환경이 훨씬 좋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실제로 1987년 일본기상학회 기관지에 실린 마나베 교수 인터뷰를 보면, 미국에 건너가기 전 그는 도쿄대에서 손으로 계산해 수치 예보에 도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 가 보니 컴퓨터 개발이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컴퓨터에 물리 법칙을 입력해 계산하는 방식의 연구가 쏟아져 나왔다. 월급도 일본에 비해 25배나 많았다고 한다. 그는 “내가 미국에서 받아들여진 것처럼 일본도 외국인 인재에 대한 투자를 충실히 하는 것이 연구력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