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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하나에 둘이 앉아 100명이 수업하는 중국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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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학생이 100명이 넘어요. 책상 하나를 셋이 쓰고, 의자 한 개에 둘이 앉아서 수업을 해요. 학생 정원을 지나치게 초과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나요. 답변 바랍니다.”
지난달 17일 중국 허난성 난양시 전핑현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26일 전핑현 공산당 위원회가 답변을 달았다. “조사 결과 해당 학교 관할구역에 초등학교 입학 적령기 아동이 너무 많아 과밀학급 문제가 생겼다”면서 “책걸상을 늘리고 교사 인력을 충원해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무성의한 해명이 여론을 자극해 사태를 키웠다. 콩나물시루마냥 학급 인원이 100명을 넘는 건 과거 1970~80년대에나 볼 법한 일인데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에 많은 학부모와 네티즌이 경악했다. 올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거치며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는 중국의 분위기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후진적 교육환경이다.
비난의 화살은 현지 교육당국으로 향했다. 초등학교 입학에 앞서 해당 교육청이 신입생 숫자를 파악해 인원을 배정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학교마다 처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들을 좁은 교실에 밀어 넣은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매체들은 “어린아이들이 어깨를 맞대고 등을 포개면서 수업을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어른들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정부의 약속은 이번에도 공염불이 됐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4월 “전국 초등학교의 과밀학급 문제를 대폭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학급 인원이 가급적 45명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허난성의 경우 기준보다 두 배 이상 학생수가 많은데도 버젓이 운영됐다. 중앙의 지시를 뭉개고 지방정부가 뒷짐지고 있는 사이 학부모들이 앞장서 부조리한 작태를 고발한 셈이다. 당국에 거짓 보고를 했거나 아니면 학교의 실태를 은폐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급격한 도시화가 과밀학급 문제를 키웠다. 국무원은 2006년 의무교육법을 수정하고 2007년 ‘11ㆍ5(2006~2010년) 규획 요강’을 통해 9년제 의무교육(초등 6년+중등 3년)을 철저히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진학률은 높아졌지만 한 자녀 정책으로 출생률을 억제하던 시기라 학급 수에 비해 아이들이 적었다.
특히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드는 부모를 따라 아이들도 고향을 떠나면서 농촌 초등학교는 유령학교로 변했다. 그 결과 교육개혁이라는 명분으로 학교를 통폐합 하면서 67만 개에 달하던 초ㆍ중학교가 2016년 23만 개로 급감했다. 반대로 도시의 학교는 학생이 넘쳐나면서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물론 허난성은 중국 31개 성ㆍ시ㆍ자치구 가운데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허난성의 각 지역 인구밀도를 비교해보면 이번 과밀학급 사태가 터진 난양시는 가장 낮은 지역에 속한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문제를 방치한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학습환경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중국은 과거 의무교육을 확대하면서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아이들은 고통스럽게 하면 안 되고, 아무리 가난해도 교육은 가난해선 안 된다”는 구호를 내세웠다. 또 “학생은 조국의 미래 희망, 교육은 민족의 근간”이라고 독려해왔지만 번지르르한 말에 그친 셈이다. 이에 상당수 학부모들은 “건성으로 넘길 수 없는 이번 사안을 관련 부서에서 제대로 해결하고, 학생들에게 쾌적한 학습환경을 조성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눈을 부릅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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