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입'은 갈수록 독해진다... 캠프보다 '더 나가는' 이유, 왜?

입력
2021.10.05 19:00
수정
2021.10.06 15: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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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 대장동 이슈를 자존심 문제로 봐"
대선캠프 대장동TF 확대...위기감 방증

이재명 경기지사가 5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 출석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5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 출석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검증대에 선 이재명 경기지사의 입이 날로 독해지고 있다. 자신을 조준하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를 향해 ‘봉고파직’(封庫罷職·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업무를 중지시키는 것), ‘위리안치’(圍籬安置·유배된 죄인을 가시 울타리를 안에 가두는 형벌)라고 되쏜 데 이어 대장동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공격했다. 이 지사 대선캠프에서조차 “아슬아슬하다”고 걱정할 정도다.

이 지사의 전면 등판은 선거 공식과 어긋난다. 참모들이 공격의 선봉에 서고 대선주자는 몸을 사리는 게 보통이다. 더구나 이 지사가 날카롭게 반응할 때마다 '불안한 후보론'이 부각된다. 이 지사가 리스크를 자초하는 이유, 뭘까.

"강하게 나가야 위기 돌파"... '본인 등판' 이유

이 지사는 본인의 '거친 입'을 리스크라고 보지 않는 듯하다. ①강하게, 거침없이 대응할 수록 위기 돌파에 효과적이라고 보는 이른바 '대마불사' 전략이다.

여기엔 강하게 응집한 지지율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대형 악재가 될 거라 점쳐졌던 대장동 의혹은 오히려 이 지사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시키고 있다. ②이 지사가 직접 반격에 나선 것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억울한 피해자'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해석도 있다.

이 지사의 한 측근은 “대장동 의혹이 대선후보 경선에 변수가 되긴커녕 대세론을 더 공고히 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이 지사도 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은 이 지사가 경기 성남시장 시절이었던 2014~2015년 전후의 일이다. ③더불어민주당 회의원들이 중심인 대선캠프에선 사실관계를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지사를 도운 소수 측근들이 전면에 나설 수도 없다. 이에 이 지사가 '셀프 대변'을 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이 지사 주변에선 "부당한 공세에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이 지사의 의지가 워낙 강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한 측근은 “④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 해소를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층 이탈 우려·위기감에... 캠프 대장동 TF 확대

현재까지는 강공 전략이 성공적이라는 게 이 지사 측의 진단이다. 그러나 본선에서도 주효할지는 확실치 않다. 강한 공격 본능을 드러내는 것은 경선 국면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중도층의 비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이에 이 지사 측은 이날 김병욱 의원이 단장을 맡고 있는 대장동 태스크포스(TF)를 우원식 선대위원장 체제로 키우기로 했다. 대선캠프 차원의 의혹 대응을 확대해 이 지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구속 이후 이 지사 측이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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