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음악가협회장 "저작권 개선 작업 중… 韓 도움 절실"

입력
2021.10.07 04:40
18면

<34> 음악 시장의 씁쓸한 현실

편집자주

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 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탱화 베트남 음악실연자권리보호협회(APPA) 회장이 지난달 30일 현지 음악산업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탱화 베트남 음악실연자권리보호협회(APPA) 회장이 지난달 30일 현지 음악산업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음악 저작권의 불모지인 베트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15년 베트남 가수와 음악연주가들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은 창작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베트남 음악실연자권리보호협회'(APPA)를 창설했다. 저작권의 개념을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그와 동시에 사용자와 아티스트 사이에서 정당한 계약 및 보상이 이뤄지도록 조율하는 역할이다.

APPA 회장은 인민가요(레드 뮤직)계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가수 탱화(66)씨다. 베트남 대표 가수로 한국 무대에도 세 번이나 서 봤다는 그는 "정서가 비슷한 한국이 베트남 음악계를 도와 달라"고 정중히 말했다. 지난달 30일 하노이 APPA 사무실에서 '50년차 가수' 탱화씨를 직접 만나 베트남 음악 시장 현실에 대한 진단과 개선 방안을 들어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트남 음악가 중 APPA에 소속된 인원은 얼마나 되나.

"음악을 업으로 삼은 이들은 전국에 1만5,000명 정도 된다. 대부분은 악기를 다루는 연주가이며, 가수는 전체의 10%가량인 1,5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가수 1,000여 명이 APPA에 등록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APPA가 제대로 된 활동을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인민가요 가수들이 모여 있는 북부 외에 대중가수들이 주로 활동하는 남부 호찌민에도 지사를 설립했다. 조만간 전국 63개 지방성에도 APPA 활동 협조 요청을 보낼 계획이다."


-음반 불법 복제와 디지털 저작권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 해결 방안이 있나.

"사실이다. 가수들이 녹음을 완료한 CD가 오전에 발매되면 오후에 바로 '짝퉁'이 시장에 나온다. 심지어 발매 전 음원이 먼저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7월 APPA 대표자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거의 60년간 무료로 노래를 듣던 인민들이 갑자기 바뀌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서둘러 저작권법 체계를 만들고 인식 제고를 위해 교과서에도 관련 내용을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음악 시장 안정화를 위해 보강해야 할 지점은 어디라고 생각하나.

"저작권 교육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활동 중인 음악가와 예비 아티스트를 위한 강연을 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한국저작권위원회(KCC)가 이번 달과 다음 달 '저작권 인식 제고 교육'을 진행해 주기로 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역사와 문화, 정서 등에서 매우 비슷한 부분이 많고 강한 우애가 형성돼 있다. 앞으로 한국이 베트남 가수들을 대상으로 연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베트남 음악 시장 발전은 K팝의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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