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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콩쿠르 시작, 벨벳 같은 손가락의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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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현 클래식 평론가가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활동합니다. 경기아트센터에서 근무 중인 그는 공연계 최전선에서 심층 클래식 뉴스를 전할 예정입니다. 오페라에서 가수가 대사를 노래하듯 풀어내는 '레치타티보'처럼, 율동감 넘치는 기사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벨벳 같은 손가락'. 쇼팽의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가 쇼팽의 손을 두고 한 이야기다.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쇼팽의 음악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단어다. 올해 '벨벳 같은 손가락'의 주인공을 찾는 쇼팽 콩쿠르가 지난 2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막했다. 오직 쇼팽의 작품으로만 경연에 참가해야 하는 지구별 최고의 콩쿠르다. 피아노에 헌신한 쇼팽이기에 피아니스트들에겐 더욱 특별하다.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한 뒤 6년 만에 다시 열렸다. 원래 5년 주기로 열리는 대회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1년 미뤄졌다. 콩쿠르가 연기된 건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콩쿠르에 앞서 열린 오프닝 콘서트 역시 어느 콩쿠르보다 특별했다. 역대 우승자인 당 타이손(1980), 율리아나 아브제에바(2010), 조성진(2015)이 무대에 올랐다.
올해도 많은 한국인 참가자들이 예선을 뚫고 진출했다. 총 7명이다. 그 중엔 김수연(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 박진형(프라하의 봄 국제음악콩쿠르), 최형록(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 등 이미 굵직한 콩쿠르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연주자도 있다. 그만큼 쇼팽 콩쿠르는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한다. 마우리치오 폴리니(1960), 마르타 아르헤리치(1965), 크리스티안 지메르만(1975) 등 역대 우승자들의 행보가 이 콩쿠르의 명예와 권위를 보증한다.
특이한 이력을 가진 참가자들도 보인다. 바로 소호고 사와다와 하야토 수미노다. 두 연주자 모두 일본 출신이며, 지난 7월 쇼팽 콩쿠르 예선무대에서도 화제의 중심이었다. 소호고 사와다는 현재 나고야 의대에 재학 중이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가 피아니스트는 아니다. 환자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예선무대에서부터 모든 음들을 소중히 다루던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이 각인돼 있다.
하야토 수미노는 유명 유튜버다. 무려 8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주로 그가 작곡한 작품들을 유튜브에 선보이고 있다. 클래식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재즈 스타일의 연주를 많이 보여준다. '젤다'나 '슈퍼마리오' 등 게임 음악도 즐겨 연주한다. 그의 예선무대 역시 유튜브로 생중계되었는데,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10배가 넘는 유튜브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팬들은 유튜브 '슈퍼챗(콘텐츠 후원 기능)'으로 그를 응원하기도 했다. 덧붙여 하야토 수미노 역시 음악대학에 다니지 않았다. 그는 도쿄대 이과대학에 다녔다.
이번 콩쿠르에선 우승자가 어떤 피아노 협주곡으로 우승하게 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쇼팽은 생전 단 2개의 피아노 협주곡만을 남겼는데, 참가자들은 결선에서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참가자들은 당연 첫 번째 협주곡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화려한 기술들로 심사위원들에게 연주력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단 한번도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우승한 참가자는 없었다.
또 스타인웨이 외의 피아노로 우승자가 배출될 수 있을지도 기대를 모은다. 세계최고의 명품 피아노 스타인웨이는 지금까지 연주자들의 '원픽(가장 선호)'이었다. 하지만 야마하 피아노 역시 꾸준히 선택돼 왔고, 2010년 우승자 율리아나 아브제예바는 야마하 피아노로 우승한 최초의 연주자로 기록됐다.
제18회 쇼팽 콩쿠르의 최종 우승자는 2주 후 결정된다. 쇼팽의 기일(10월 17일)을 지나 20일이 최종 발표일이다. 그리고 콩쿠르 우승자는 올 가을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11월 27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이번 대회 우승자와 함께 연주할 계획이다. 쇼팽의 첫 번째 협주곡을 연주하게 될지, 두 번째 협주곡을 연주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서울시향은 새로운 우승자를 위해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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