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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위협하는 과잉 감수성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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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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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경쟁이 뜨거워지면서 후보자들의 말과 표현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청약 통장은 모를 수가 없다. 주택청약 통장을 모르면 치매 환자"라고 발언했는데 이를 두고 치매환자를 비하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성남 대장동 비리 의혹에 연루된 곽상도 의원을 비호하는 같은 당 조수진 최고위원을 비판하면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가 스님 비하 논란에 휩싸였고 "국민의 힘은 불임정당이다"라는 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인권감수성이 결여된 성차별적 언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발언도 문제가 되었다. 지난달 2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반박하며 올린 글에서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는 표현을 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수박'이란 용어가 호남 혐오 표현"이라며 비판했다.

최근 들어 인권감수성, 젠더감수성, 성인지감수성 등이 강조되면서 말과 표현에 따르는 책임이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마음(멘털)을 상정해 발언과 표현에 따르는 책임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현대사회는 바야흐로 '유리멘털사회'라고도 부를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경향은 법원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 부하 직원에게 '확찐자'라는 발언을 한 공무원이 벌금 100만 원형을 확정 받기도 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공판에서 배심원 7명은 A씨에 대해 무죄 의견을 냈지만 재판부는 "확찐자라는 표현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으로서 형법상 모욕에 해당하고, 모욕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상대방의 감수성을 강조하는 유리멘털사회는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과 표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옥죌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판례를 통해 "표현의 자유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로서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데 필수불가결하며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농담할 권리, 풍자할 권리, 비아냥거릴 권리'도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아야 하며, 혐오 발언에 대한 책임을 강화할 경우 공론화와 갈등 노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수면 아래로 감춤으로써 위선을 조장하고 오히려 극단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최근 문제가 된 여러 발언사례에서 정작 당사자들인 치매환자, 불교인, 여성들이 느낀 불쾌감보다는 이를 혐오발언으로 지적한 비판들이 조장한 갈등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우리는 동굴 속에서 혼자 살지 않는 이상,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존재이다. 각종 감수성을 과도하게 강조하여 우리 사회가 유리멘털사회가 되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위선과 혐오, 대립과 분열이 오히려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주영 변호사·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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