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발표한 날… '평화상의 수치' 에티오피아 총리 새 임기 시작

입력
2021.10.0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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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평화상 받은 아비 아머드 총리
20년 전쟁 끝낸 공으로 수상했지만
티그라이 내전 일으켜 '수치'로 전락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4일 취임식에서 선사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AP 연합뉴스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4일 취임식에서 선사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AP 연합뉴스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 내전을 일으킨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4일(현지시간) 새 임기를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올해로 120주년을 맞은 노벨상이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수상자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로이터통신은 4일 아비 총리가 취임식을 열고 5년 간의 새 임기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비 총리는 “오늘 의회에서 총리직 임명을 수락한다”면서 “국민이 내게 부여한 책무를 헌법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비 총리는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다. 20년 간 이어진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의 전쟁을 끝낸 공을 인정받았다. 정부 비판 혐의로 구속됐던 야당 정치인을 석방하거나, 시민들의 인터넷 사용을 허용하는 등 기존 에티오피아 집권자와는 달리 자유를 중시하는 정책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아비 총리는 지난해 11월 티그라이 내전을 일으키며 ‘노벨평화상의 수치’로 전락했다. 연정에 참여했던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총선 연기를 반대하는 등 내란을 일으켰다는 게 이유였다.

게다가 ‘티그라이 고립 전략’을 고수해 교전으로 인한 희생자는 물론 기근 등 인도주의 위기로 인한 사망자들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외신들은 내전의 사망자를 수만명 가량으로 추산하는데, 아비 총리가 티그라이 지역의 통행을 차단해 희생자 집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량·생필품 등 구호물품 수송도 막혔다. 6월 기준 유엔은 40만명의 티그라이 주민들이 기근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고, 지난달엔 구호식량 중 10%만이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총리를 비판했다. 하지만 아비는 지난달 30일 유엔의 내정간섭이 지나치다며 관계자 7명을 추방하는 등 독선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아비 총리가 새 임기를 시작한 4일은 노벨위원회가 올해의 수상자 발표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데이비드 줄리어스와 아뎀 파타푸티언이 이날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11일까지 6개 분야의 수상자 발표가 이어진다. 아비 총리가 받았던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8일 공개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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