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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보다 나은 '재사용'… 박카스병은 왜 안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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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은 재사용이 가능하다. 병을 살균ㆍ세척해 다시 사용하는 것으로 유리를 녹여 새로운 병으로 만드는 재활용보다 환경에도 유익하다. 제조ㆍ재활용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 지난해 국내 유리병 재사용으로 약 17만 톤의 탄소가 저감됐다고 한다.
정부도 유리병 재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빈용기 보증금제’를 운영한다. 주류ㆍ음료ㆍ먹는 물 유리병에 규격에 따라 병당 70~350원의 보증금을 설정하고 빈병을 반환하면 이를 돌려준다.
주류(소주ㆍ맥주)와 청량음료(롯데칠성음료ㆍ코카콜라음료)를 중심으로 유리병 재사용 방식이 자리 잡혔지만, ‘박카스’ ‘비타500’ 등과 같은 자양강장음료로까지는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동아제약 ‘박카스’의 연간 판매량이 약 5억500만 병에 달하는 등 국내 자양강장음료 시장규모는 연 6,000억~7,000억 원으로 알려졌는데, 유리병은 전부 재사용이 아닌 재활용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상반기 자양강장음료병에 보증금 도입을 검토했으나 좌절됐다. 병 회수 체계와 비용 문제 탓이라고 한다.
주점에서 한꺼번에 모을 수 있는 술병 등과 달리 박카스 등은 개별 소비가 많기 때문에 수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시민들이 일일이 병을 약국에 반납해야 하고 병을 회수하려면 중간 유리병 선별업체에서 별도로 수거해야 한다.
또 병의 크기가 맥주·소주병에 비해 작은 탓에 보증금이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고, 병 모양도 천차만별이라서 중간 선별업체가 병 선별에 소극적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감안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양강장음료 용기는 이미 재활용이 잘되고 있는 품목"이라며 "보증금제를 도입하는 데 뒤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제도 도입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빈병 재사용을 위한 체계 마련이 쉬운 건 아니지만, 주류 업체들의 노력을 감안하면 자양강장음료 업체들의 의지 부족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소주업체들은 2009년 ‘소주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업체 간 소주병의 모양과 규격을 통일하고 병을 공동 제작ㆍ회수해 재사용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 현재 소주업체들은 업체 구분 없이 병을 회수ㆍ재사용하고 있다.
맥주나 청량음료 업체들은 병 규격을 맞추는 협약을 맺진 않았지만 보증금과 별도로 병당 20~30원의 회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사의 병을 회수하고 있다. OB맥주 관계자는 “음식점뿐 아니라 가정으로 판매되는 병도 약 93% 회수를 하고 있다”며 “가정 판매 공병은 음식점 판매보다 수수료를 10원 정도 더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COSMO)에 따르면, 지난해 보증금제 적용을 받는 유리병 약 42억 개 중 약 98%가 회수됐다. COSMO는 새로운 병을 제작할 때보다 약 17만 톤의 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소규모 주류업체들도 보증금제에서 비켜나 있다. 병을 회수하고 재사용하려면 전국 단위 유통 채널이 필요한데, 이런 채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이다.
수제맥주를 제작ㆍ판매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빈용기를 회수해 오기 위해서는 시장점유율이 최소 15~20%는 돼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수제맥주는 모든 회사를 다 합쳐도 점유율이 3%대라 병 회수 체계를 구축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수입 음료도 보증금제 적용이 어렵다. 재사용은 제조업체가 병을 수거해서 다시 사용하는 것이 핵심인데, 수입 음료는 생산 공장이 해외에 있어서 병을 수거하는 의미가 없다. COSMO 관계자는 “수입 맥주는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데, 공장마다 병 규격이 달라서 수거를 한다고 해도 국내에서는 그 병을 사용할 수 없다”며 “이런 병은 파쇄해서 재활용을 한다”고 했다.
보증금제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은 재활용 비용을 부담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적용을 받아 배출하는 용기량에 따라 일정 부분의 분담금을 내고 있다. 2019년 보증금제 적용을 받지 않아 재활용 대상이 된 병은 42만2,411톤으로, 이 중 약 63.9%(27만125톤)가 재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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