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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빠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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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미국에서 아이비 리그를 가야 하는 이유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어서다. 기득권층이 될 이점이 큰 데다 자녀가 ‘부모 찬스’로 동문이 될 여지도 높다. 유명 대학 대다수가 동문 자녀 우대인 ‘레거시 입학’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올해 하버드대 신입생 가운데 적어도 한쪽 부모가 하버드 출신인 레거시 입학생은 15.5%라고 이 대학신문 '하버드크림슨'이 전했다.
□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학력의 대물림에 성공한 예일대 신입생은 14%, 다트머스대는 13%, 브라운대는 10% 수준이다. 하버드의 경우 동문 자녀가 비동문 자녀에 비해 입학할 가능성은 6배 이상이나 높다. 2010~2015년 동문 자녀는 응시자 100명 중 33.6명이 입학해 그렇지 않은 5.9명보다 월등히 높았다. 최근에는 동문 간 경쟁도 치열해 올해는 응시자의 18.8%만 합격했다. 유명 대학을 나온 부모라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백인일 개연성이 높다. '좋은 부모' 밑에서 벌써 많은 것을 가졌을 자녀에게 학력의 대물림까지 인정하는 건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
□ 그럼에도 레거시 입학이 유지되는 배경에는 선발권을 가진 대학들의 경제 문제가 연결돼 있다. 동문 기부는 2019~2020년에 110억 달러에 달해 전체 대학 기부의 22%를 차지했다. 하버드 측도 동문 기부를 활성화하고 그 혜택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돌려준다는 경제와 정의의 타협을 이유로 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현실적 필요를 주장한다고 해도 입학 특례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특권을 강화시키는 건 사실이다. 레거시 특례 입학을 없앤 매사추세츠공대(MIT)나 캘리포니아공대가 경제 문제에 부딪혔다는 얘기도 없다.
□ 한 세기 전 이 제도를 도입한 것도 아이비 리그에 몰려온 유대인과 이민자 자녀의 입학을 제한하려는 의도였다. 기득권 유지가 취지인 사실은 하버드가 자매학교 래드클리프여대 동문 자녀에게도 혜택을 주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별 이상한 아빠 찬스가 등장하는 대장동 사태가 보여주듯 우리 사회에도 보이지 않는 특혜가 희한한 논리로 곳곳에 퍼져 있다. 팬데믹 2년째, 기득권층은 흔들림이 없다는 단편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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