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선 득표율 최고치 찍었다... 대장동 의혹에 지지층 더 결집

입력
2021.10.04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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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투표율 60%라면, 매직넘버까지 10.5만 표
누적 득표, 이재명 54.90% 이낙연 34.44%?
여론조사 지지율은 박스권... 대장동 막판 변수

이재명 경기지사가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 지역 투표와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경기지사가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 지역 투표와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55%에 가까운 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본선 직행을 향한 쾌속 질주를 이어갔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오히려 '핍박받는 이재명' 이미지를 만들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심이 결집한 결과다. 그러나 이 지사가 활짝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잇단 경선 승리에도 이 지사는 컨벤션 효과(대형 정치 이벤트에 따른 지지율 상승)를 누리지 못한 채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다.

3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2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투표자 29만6,114명), 이 지사는 58.17%를 득표해 이낙연 전 대표(33.48%)를 약 25%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추미애 전 장관(5.82%)과 박용진 의원(2.53%)이 뒤를 이었다. 이날 함께 치러진 인천 지역 경선에서도 이 지사는 득표율 53.88%를 기록해 이 전 대표(35.45%)를 눌렀다.

2차 선거인단 투표는 투표자가 많아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세론'을 꺾을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분수령으로 여겨졌다. 이 지사는 경선 시작 이후 최다 득표율을 기록, 쐐기를 박았다. 이로써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경선 누적 득표율은 54.90%와 34.44%로 각각 집계됐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득표율. 그래픽=강준구 기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득표율. 그래픽=강준구 기자


최종 투표율 60%일 때... 10.5만표 추가하면 '매직 넘버'

이 지사는 이날까지 총 54만5,537표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득표수를 뜻하는 ‘매직 넘버’를 눈앞에 두게 됐다. 경선 전체 투표율은 65.96%. 10일 종료되는 경선의 최종 투표율이 70%라고 가정하면, 매직 넘버는 약 75만8,000표로, 이 지사가 약 21만 표를 더 얻으면 본선에 직행할 수 있다. 최종 투표율이 60%일 때는 매직넘버가 약 65만 표로, 이 지사가 약 10만5,000표를 추가하면 된다.

이 지사는 "대장동 사태가 저의 청렴함을 증명해주고 있다"며 "부패·토건 세력과 싸워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최대한 환수한 것에 대한 격려이자, 앞으로도 치열하게 싸우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으로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남은 일정은 이 지사의 홈그라운드 격인 경기 지역 투표(9일·투표자 16만 명)와 서울 투표·3차 선거인단 투표(10일·서울 14만 명, 3차 선거인단 30만 명). 이 지사가 승기를 잡았다고 봐야 한다. 다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이 지사가 직접 연루됐다는 팩트가 나오면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결선 투표로 갈)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수사 과정과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이 대장동 의혹의 무풍 지대로 남은 것은 외부 공세에 따른 '방어적 결집'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1차 선거인단 투표(51.09%) 때보다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7%포인트를 더 득표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의혹이 나올수록 지지자들이 더 똘똘 뭉치고 있으며, 의혹을 제기하는 이 전 대표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결과”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생태탕 의혹이 제기되며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보수 지지층이 결집한 것과 비슷하다”고 풀이했다.

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압승을 거둔 이재명(왼쪽) 경기지사가 이낙연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인천=뉴스1

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압승을 거둔 이재명(왼쪽) 경기지사가 이낙연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인천=뉴스1


대장동 이슈, 중도층 유권자 반응이 관건

이 지사가 마음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장동 의혹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 지사 지지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나뉜다. 이 지사에게 뚜렷한 호감도, 비호감도 품지 않은 중도·무당층이 대장동 이슈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이 지사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 지사 지지율은 20% 후반~30% 초반대로, 대장동 이슈가 불거지기 직전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다. 이것이 이 지사 지지율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인지, 확장성의 한계를 뜻하는 것인지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지사의 경선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대장동 의혹이 불러온 지지율 상쇄의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은 국민의힘 인사들도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이슈인 만큼 본선에서 유불리는 현 단계에서 예단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성택 기자
신은별 기자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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