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내가 심상정 이기는 것, 그것이 정의당 대선전략"

입력
2021.10.03 20:30
[한국일보 대선주자 인터뷰]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
"당 데스노트 찢고 '국정 설계자' 될 것
외로움의 시대, 서로 돌보는 사회로 가야
文정부 거치며 '페미니스트' 단어 오염"


정의당 대선주자인 이정미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에 소재한 대선캠프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정의당의 가장 큰 대선 전략은 '이정미의 심상정 역전극'"이라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만 있는 정당'으로 굳어졌다. 심 의원은 내년 대선을 자신의 '마지막 소명'이라고 한다. 심 의원이 마지막 소명을 다하고 나면, 정의당은 어디로 가는가. '심상정의 최대치'를 '정의당의 한계'로 설정할 수는 없다."

정의당 대선주자인 이정미 전 대표의 말이다. 이 전 대표는 서울 영등포구의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정의당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때"라고 여러 번 말했다. '제2의 노회찬·심상정'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뜻이었다.

이 전 대표가 말하는 건 결국 '세대교체'다. 이 전 대표는 55세, 심 의원은 62세다. 이 전 대표는 20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한 차례 지냈고, 심 의원은 4선 현역 의원이다. 이 전 대표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고, 심 의원은 대선 본선으로 치면 두 번째, 당내 대선후보 경선으로 따지면 네 번째 도전이다.

이 전 대표는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심 의원이 하면 뻔하게 들리겠지만, 내가 하면 '무슨 소리인지 들어보자'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라며 "이정미가 심상정을 역전해야 정의당이 '뻔한 정당'으로 남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1일부터 대선 경선 투표를 시작했고, 6일 대선후보를 확정한다.

이 전 대표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리라 외치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 정권을 잡은 뒤 개혁을 도외시한 더불어민주당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겠다고 약속했다. 이제는 '정의당의 데스노트'(문 대통령이 지명한 국무위원 후보자 중 정의당이 반대하는 명단으로, 낙마율이 높아 '데스노트'라 불림)를 찢고, 국정의 설계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만년 소수 야당'에서 탈피하겠다는 각오였다. 다음은 지난달 29일 나눈 일문일답.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는 '외로움의 시대'를 살고 있다. 가난할수록, 젊을수록 도움 받을 곳이 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지난해 20대 사망자 2명 중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부가 수당을 주거나 시설이 보호하는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돌봄 사회'가 돼야 한다."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 공약은.

"국가 운영 철학을 바꾸겠다. 국내총생산(GDP)을 국정 과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다. 성장의 그늘에 있던 사람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삶의 질 개선 지표'를 만들고 국정 목표로 삼겠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돌봄 체계도 만들겠다. 청년 1인 가구가 많이 사는 지역은 청년을 중심으로,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은 노인 의료를 위주로 돌봄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성장'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다.

"성장을 얘기하지 않으면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겠다. 성장 담론을 대선 판에 가져다 쓰지 않겠다. 성장을 말하기보다 고통 받는 사람들을 챙기는 것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정의당의 지지율도,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 '정의당 데스노트'의 위력도 약해졌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내가 당대표 때 탄생했다. '아무리 저 사람(민주당)과 친구였어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맞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그 노트를 찢겠다. 우리라고 왜 훈수만 둬야 하나. '감시자'가 아니라 '국정의 설계자'가 되겠다.”

-문재인 정부 공과를 평가한다면.

“정의당과 문재인 정부는 한때 광화문 촛불광장에서 연대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재벌 개혁을 비롯한 시대적 과제에 소홀했다.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행동해온 것 아닌가. '정의당과 묶일 수 없는 존재'임을 명확히 보여줬다."

-당내 경선에서 심상정 의원을 이길 복안이 있나.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재선에 실패했지만, 나는 20대 의원일 때, 그리고 당대표로서 유능함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심상정이 정의당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줘야 우리 당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커진다. 정의당의 가장 큰 대선 전략은 '이정미의 심상정 역전극'이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류호정 의원이 지지를 선언했는데. (3일까지 정의당 의원 중 특정 대선주자를 공개 지지한 건 류 의원이 유일하다.)

"노동자(류 의원)와 의원으로 처음 만난 우리는 진보 정치의 동지가 됐다. '제껴라, 믿는다'라는 내 슬로건도 류 의원과 같이 만들었다. 꼭 정의당 대선후보가 되어 다음 세대 정치인들에게 바통을 쥐여주겠다."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으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잘못을 미루고 있다. 국민들 생각은 다르다. '여야 할 것 없이 다 똑같다'라고 본다. 한마디로 코미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고발 사주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두 당에서 대통령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서로 물어뜯는 모습을 계속 봐야 할 테니까. 조속한 수사로 정리할 사람을 정리하고 대선을 치르길 바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에게 부러운 게 있다면.

"그들에게 가는 마이크가 너무 부럽다. 반의 반만이라도 정의당 대선주자들에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가령 TV토론 출연 기회도 정의당은 국민들이 보기 어려운 낮 시간대만 돌아왔다. 준비하는 만큼 국민들에게 닿지 못해 아쉽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했는데.

"그 말을 가장 먼저 쓴 건 문재인 대통령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의 성폭력 사건을 거치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는 말이 오염됐다. (문 대통령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편에 서는 것을 보며, 여성들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구나' 생각하게 됐다."

-'백래시'(페미니즘에 대한 공격)를 고려하면, 대선주자로서 전면에 내걸기 어려운 구호 아닌가.

"페미니즘은 '모든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되고, 연대해서 살아가자'는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페미니즘을 곡해해온 측면이 있다. 페미니즘 정신을 누군가 정면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페미니즘을 왜곡하는 이들의 말들만 판 칠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언급한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와 연결된다. 차별금지법 입법 속도가 더딘데, 어떻게 할 건가.

"민주당은 '법안을 냈다'는 것을 알리바이로 삼지 말아야 한다. 법안을 냈으면, 통과 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라. 180석을 가졌으면서 왜 못 하나. 10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를 촉구한다."


신은별 기자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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