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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노인에게 가혹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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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우리나라 노인들의 특징은 가난하고 일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복지 예산의 20%가 노인복지에 투입되고 있지만 ‘노인 빈곤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빈곤 노인의 슬픈 초상인 ‘재활용품 수집 노인’은 정부 통계로 6만6,000명이 넘는다.
□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통계청이 내놓은 ‘노인통계’에 따르면 2019년 노인빈곤율은 43.2%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전히 1위다. 한편 노인고용률(34.1%ㆍ2020년)은 2015년부터 상승 추세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일하는 노인의 증가는 긍정적이지만, 마냥 반길 일이 아니다. 일하기를 원하는 노인의 절반 이상(58.7%)이 생계비를 보탤 목적이기 때문이다. 노인 소득 중 공적연금 등 사회소득 비중이 큰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노인들에게는 임금소득 비중이 여전히 크다.
□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은 공적연금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적은 연금을 받는 빈곤 노인의 소득보전 보완책이다. 최대 월 70만 원을 받는 일자리라고 알려져 있지만 일자리 75만 개 중 60만 개가 월 27만 원의 활동비를 받는 공익활동형(환경정비, 노노케어 등)이다. 그나마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에는 노인 일자리 참여자 중 70%가 일자리 중단 경험을 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 붐 세대 은퇴로 중장기적으로 이런 정부 지원 일자리가 158만 개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그런데도 ‘세금 일자리’를 "그만 만들라”는 비판이 나온다. 몰인정하다.
□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2014년 도입할 때 20만 원이었던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올리고 의료급여를 제외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 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받는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간주해 같은 액수만큼 생계급여에서 삭감하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7년째 이 문제에 뒷짐지고 있다. 지난해 수급자 노인 50만 명 중 12%가 이를 우려해 기초연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가난한 노인들에게 왜 이리 가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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