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은 ‘강한 허리’ 만들려면…

입력
2021.10.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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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쓰는 건강 칼럼]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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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사람들이 겪는 허리 통증은 단순 요통이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무리해 허리에 부담이 생겨 발생하는 통증이다.

일상생활에서 허리에 무리가 가는 원인은 아주 다양한데, 단순 요통이 발생하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허리에 부담이 가기 전에 이미 허리가 약해진 상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약한 허리’가 단순 요통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 요통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예방할 수 있고, 요통 강도를 줄일 수도 있다. 자신의 허리를 ‘약한 허리’에서 ‘강한 허리’로 만드는 것이 그 비결이다.

전 인구의 80% 정도는 살아가는 동안 한 번 이상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다. 인구의 7~10%는 만성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며 1%에서는 허리 통증 때문에 신체 장애를 갖기도 한다.

대부분의 요통은 질병이라기보다 두통이나 감기처럼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증상이다. 이러한 요통을 ‘단순 요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혹 요통은 척추의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이나 척추관 협착증, 골절 등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요통은 ‘병적인 요통’으로 분류할 수 있다.

20~40대 젊은 나이에서는 추간판 탈출증이 많고, 50~60대 이후에는 척추관 협착증이 많이 발생한다. 또한 골다공증에 의한 척추 압박 골절이 노인층에서 문제가 되며 이는 흔한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된다.

허리 디스크 환자에서 가장 두드러진 두 가지 증상은 요통과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이다. 탈출된 디스크로 인해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근이 자극되거나 압박되면 요통보다 다리의 통증이 더 심할 수도 있다.

허리 디스크에서 요통은 허리 부위뿐만 아니라 엉치 부위 통증으로도 많이 나타난다. 다리 통증은 허리나 엉치에서 시작해 허벅지와 장딴지의 뒤쪽과 바깥쪽을 따라서 발등이나 발바닥까지 내려가는 방사통 양상으로 나타난다.

허리 디스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거운 물건을 많이 드는 직업, 오래 앉아 있거나 운전을 많이 하는 직업, 흡연하는 사람에게서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 외에는 정확히 입증된 것은 아직 없다.

디스크(disc)는 척추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구조물로 우리말로는 ‘추간판’이라고 한다. 디스크는 특수한 구조 때문에 웬만한 힘이 가해져도 쿠션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지만, 무리한 힘이 가해지는 경우 손상을 입게 되어 디스크가 돌출하게 된다.

이때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요추 신경이 눌리게 되면 요통과 함께 다리가 아프고 저린 방사통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디스크가 돌출돼 신경을 눌러 요통과 함께 다리가 아프고 저린 증상을 일으키는 병이 ‘추간판 탈출증’이다.

허리 통증은 얼마나 오래되었느냐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된다. 급성 요통은 대개 운동을 심하게 하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다가 허리 근육과 인대가 손상을 받아 발생한다.

대부분의 급성 요통은 단순 요통으로 예후가 비교적 좋아 치료하지 않아도 80%의 환자는 6주 이내에 회복된다. 만성 요통은 직업적 요인, 운동 부족, 나쁜 생활 습관 등의 여러 요인이 장기간 걸쳐 허리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발생한다.

만성 요통도 대부분 단순 요통이지만 간혹 디스크 내장증이나 퇴행성 관절염과 같은 병으로 발생하는 병적인 만성 요통도 있다.

디스크는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80% 정도가 자연 치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 치유되는지 여부는 최소한 한 달 이상 기다려 보는 것이 좋다. 증상이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에게 수술을 권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는 허리 디스크의 자연 경과를 고려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당장 아픈 통증은 약물, 주사, 물리 치료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대다수의 허리 디스크는 응급 상황이 아니다. 드물게 통증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하거나, 발가락 또는 발목의 힘이 약해지고 대소변 장애가 오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디스크에서 서둘러 수술하지 않으면 다리가 마비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서는 장기간 경과를 봤을 때 터져나온 디스크가 흡수되는 경우도 있어 급하게 수술할 이유는 없다.

‘강한 허리’와 ‘약한 허리’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근육이다. ‘강한 허리’는 근육이 허리를 든든하게 지탱해 주지만 ‘약한 허리’는 근육이 약하고 늘어져서 허리를 제대로 받쳐 주지 못한다.

매일 약을 복용하고 물리 치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아도 허리는 강해지지 않는다. 강한 허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자기 자신이 열심히 운동하는 길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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