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백인 학생들의 '속 편한' 반항

입력
2021.10.08 04:30
0면
구독

10.8 시카고 1969년 '분노의 날들'

'분노의 날들' 폭동 마지막 날인 1969년 10월 11일 경찰에 체포된 학생들. 1960sdaysofrage.wordpress.com

'분노의 날들' 폭동 마지막 날인 1969년 10월 11일 경찰에 체포된 학생들. 1960sdaysofrage.wordpress.com

미국 1960년대 민권 운동과 반전·반문화 운동의 정점이자 분수령은 1968년 4월 마틴 루서 킹(Jr.) 목사의 암살과 8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사태, 이듬해 10월 과격 학생운동단체 '웨더맨(Weatherman)'이 벌인 '분노의 날들(Days of Rage)' 폭동이었다. 소수 학생들의 과격 폭동 이후, 시위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 경찰 비난 여론도 표나게 식어갔다.

킹 목사 암살 직후 워싱턴 D.C 등 대도시들은 잇단 폭력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그해 8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는 블랙팬서스 등 반전 인권운동 진영의 주된 타깃이 됐다. 시카고 링컨 파크에 집결한 시위대 수만 명은 경찰, 주방위군 등과 격렬한 유혈 충돌 사태를 빚었고, '시카고 세븐'이라 불리는 주동자 7명은 폭력 선동 등 혐의로 기소됐다.

1969년 시카고 세븐 재판 직후 '웨더맨'이, "베트남 전장에서 하루 2,000여 명이 죽어가는데, 피켓 들고 거리 행진만 하는" 온건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들(DSD)'과 결별하며 출범했다. '웨더맨'은 밥 딜런의 1965년 싱글 음반 'Subterranean Homesick Blues'의 가사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 알려고 예보관을 둘 필요는 없다(you don't need a weatherman to know which way the wind blows)"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보이지 않은 시대, 역사의 바람을 알려주는 존재라 여겼다.

웨더맨은 '전쟁을 국내로(Bring the War Home)'라는 슬로건으로 10월 8~11일 대규모 폭력시위를 조직했다. 당일 링컨 파크에 모인 이는 지도부 기대와 달리 수백 명에 불과했지만 대부분 미식축구 헬멧과 보호장구, 쇠 파이프, 야구 배트 등을 지참했고, 차량과 상점 쇼윈도 등을 파괴하며 나흘간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경찰과 시위대 다수가 다쳤고 전원 체포, 수배됐다.

훗날 '시카고 트리뷴'은 이 시위를 기점으로 정부-경찰-부모의 보수주의에 반항하던 부유한 백인 학생들의 '속 편한 1960년대(carefree'60s)'가 끝났다고 썼다.

최윤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