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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12~17세 백신 예약...학생도 부모도 "맞긴 맞는데 괜찮겠죠"

입력
2021.10.05 08:00
수정
2021.10.05 09:08

정부, 5일부터 사전 예약...11월 접종 마무리 계획?
학생들 "친구들 만나고 신나게 놀고 싶어"
학부모들 "학교 생활 걱정 덜려면 맞게 하려 해"
일부 "부작용 걱정도...친구들 맞는 거 보고 판단"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중학교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중학교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뉴스1

"큰애(고3)가 맞고 나서 가슴 통증이 며칠 동안 지속됐어요. 그걸 지켜본 작은애(고2)도 걱정을 합니다. 백신을 맞아도 마스크를 완전히 벗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맞아야지, 어쩌겠어요?" (고2·고3 자녀를 둔 학부모 A씨)

"오후 6시 이후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가고 싶어요. 예전처럼 오래 놀고 수다 떨고 싶고요. 인터넷 게시물이나 댓글에서 말하는 부작용은 안 보려고 해요. 그냥 얼른 맞고 싶어요. 뭐, 괜찮겠죠." (고1 B군)

5일부터 12~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이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 일부부터 고등학교 2학년에 해당합니다.

예약과 접종은 중간 및 기말고사 일정을 고려해 연령별로 나누어 진행하는데요. 16~17세(2004~2005년 생)는 5일부터 29일까지 사전 예약을 하고, 백신 접종은 18일~다음 달 13일 합니다. 12~15세(2006-2009년 생)는 2주 뒤인 18일~다음 달 12일 사전 예약을 받고, 다음 달 1일부터 27일까지 백신을 맞게 됩니다. 이들은 성인과 같은 용량의 화이자 백신을 3주 간격으로 두 차례 맞는데요. 백신을 맞을 때는 보호자가 동반하거나 보호자 동의서를 반드시 내야 합니다.

백신 사전 예약과 접종을 앞두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맞자니 부작용이 걱정되고, 안 맞자니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불편이 클 것 같으니까요. 앞서 백신 접종을 한 성인들도 겪었던 상황이긴 하지만 성장기에 있고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인 데다 입시라는 큰 짐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라도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이달 말까지 전 국민 70% 백신 접종 완료를 목표로 정부가 백신패스 등 인센티브 도입과 함께 위드 코로나 방침을 차례로 내놓고 있는 시점이라 이들의 백신 접종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어요.



학부모 걱정 반 기대 반 "어리다 보니 어떻게 아플지 몰라"

엄마와 딸이 손잡고 함께 서 있는 모습. 게티 이미지

엄마와 딸이 손잡고 함께 서 있는 모습. 게티 이미지

고1 자녀를 둔 인천의 학부모 C씨는 "전면 등교하고 있지만 언제 확진자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원격 수업과 시험 기간이 겹칠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백신 접종의 이유로 입시를 꼽았습니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등교, 수업, 학원 강의 등 교육 일정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으니 백신으로 빨리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이죠.

C씨는 "학원 등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 이용 시 감염될까 걱정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 "직접 자차로 통학을 도와주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 아이들 이동 시 불안감이 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백신이 친구나 가족을 만나고 싶은 갈증을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큽니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D씨는 "아이들이 백신을 맞고 나면 일상 생활의 제약이 줄어들어 친구 관계도 유지하고 정서적으로도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코로나19가 사람들을 외롭게 하는 것 같다"며 "아이들과 다 함께 그동안 못 만났던 가족도 마음껏 만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란 심경도 드러냈습니다.

다만 온도 차는 있습니다. 걱정보다 기대가 큰 학부모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백신을 맞게 설득하려 하지만, 백신 접종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지인들의 후기나 뉴스를 통해 두려움이 커진 것입니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E씨는 "고3 자녀를 둔 지인들로부터 (백신 접종 뒤) 많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우리 아이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더 불안해 안 맞히려고 한다"며 걱정스러운 맘을 내비쳤습니다. 또 다른 학부모들도 "아이들은 어리니 백신을 맞게 하고 싶지 않다",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나 유튜브를 통해 많이 들어서 맞히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10대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치명률이 높지 않은데, 굳이 백신 접종 때문에 생길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인 것이죠.

이런 걱정은 자녀의 나이가 어릴수록 두드러집니다. 학부모 C씨는 "고1 큰아이는 어쩔 수 없이 맞히더라도 초등 6학년 작은아이는 안 맞히고 싶다"며 "초등학생 아이들은 생각보다 방역 수칙도 잘 지키고 마스크도 안 벗는 편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고 밝혔는데요.



학생들 "맞아야지" 하다가도 오락가락

감염 예방을 위해 등교 전 손소독을 하는 학생. 게티 이미지

감염 예방을 위해 등교 전 손소독을 하는 학생. 게티 이미지

한편 백신 접종 예약이 곧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교실에 퍼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백신은 화제가 됐습니다. 친구들과 모임, 학교 수업과 시험 등 학사 과정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리란 기대감도 크다고 해요.

오후 6시 이후 모임 인원 제한은 친구들과 교류를 막았습니다. 17일까지 적용되는 현행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의 경우 오후 6시 이후에는 접종 완료 4인 포함 6인까지만 모임이 가능한데요.

수도권의 한 고1 학생인 F양은 "오후 6시에 밥 먹으러 갈 수 있어서 맞으면 좋을 것 같다"며 "빨리 맞고 끝내고 싶은 마음"이라며 벌써부터 홀가분해하는 목소리였습니다. 같은 지역 고교 1학년인 B군 역시 "롯데월드에 놀러갔다가 오후 6시가 지나 밥을 먹으려던 식당에서 친구들과 쫓겨났다"며 "(백신을 맞고 나면) 이런 스트레스 없이도 친구들과 자유롭게 모여 놀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10대 학생들이 겪어온 코로나19로 인한 불편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시험 기간에 학교에 집단감염이 발생하거나 같은 학년에 확진자가 나오면 한 학기를 통째로 망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늘 안고 살고 있으니까요.

고교 1학년 G 학생은 "고3 수험생이기 되기 전이지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을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코로나19가 큰 부담"이라며 "감염 걱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맞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학생들은 대체로 백신을 맞을 것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마음 속에는 걱정이 더 크다는 이들도 있어요.

수도권의 고교 1학년 남학생 H군은 "건강한 남자의 경우 백신 반응이 더 심하게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 중에는 맞으면 죽는다며 손사래 치는 경우도 있다"고 걱정했는데요. 대구의 고2 여학생 I양 역시 "부작용 때문에 친구들은 다들 맞기 싫다고 한다"며 자신도 맞아야 하는지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상태라고 밝혔고요. 중학교 3학년 J양은 "친구들 20명 중 부작용이 걱정돼 맞기 싫다고 한 친구들이 절반이었다"며 교실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전세은 인턴기자
정혜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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