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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용역업체 120곳 조사...중간착취 당한 노동자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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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맺은 용역·민간위탁업체 120곳을 조사했더니, 수당·퇴직금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한 노동자 250명이 쏟아져 나왔다. 원청인 지자체에게서 받아놓고 주지 않은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결과인데, 지자체가 설정한 노무비대로 기본급을 주는지는 조사 대상이 아니어서 실제 중간착취는 더욱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등 공공부문의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업체만 2만2,700여 개(고용부 2018년 민간위탁 전수실태조사)에 달한다. 고용부는 이 중 극히 일부만 점검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고용부가 비공개했던 ‘2021년 상반기 공공부문 용역·민간위탁 노동자 점검 결과’ 자료를 국정감사를 앞두고 확보해 한국일보에 공개했다.
고용부는 지난 4월 지자체 120곳 및 이 지자체들과 계약을 맺은 용역·민간위탁업체 120곳을 대상으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지침’과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준수 실태조사를 벌였다. 두 가이드라인은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용역·위탁업체 120개 중 93개(78%) 업체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9개 업체는 노동자 251명에게 휴일근로 수당, 연차휴가 수당, 퇴직금 등 5,7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지자체로부터 임금을 모두 지급받고도 이를 노동자에게 다 지급하지 않고 중간에서 가로챈 것이다.
노동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지자체도 마찬가지였다. 가이드라인은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용역근로자(청소, 경비, 시설관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들에게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해 임금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시중노임단가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하는 일종의 업종 평균 임금으로, 최저임금보다 높다.
하지만 이를 지킨 곳은 66%뿐이었다. 더구나 지자체가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인건비를 지급했더라도 용역업체가 이를 100% 노동자에게 지급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 고용부는 지자체가 업체에 지급한 것만 조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계약서에 소위 ‘갑질 조항’을 넣은 지자체도 65%나 됐다. “(구청이) 재청소를 명할 때는 시간, 횟수에 관계없이 재청소를 실시해야 한다”(대전 동구청)거나 “갑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경비 용역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사항이라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울주군청)는 등 부당한 업무를 계약서에 버젓이 명시했다.
또 “지자체가 용역업체 직원 교체를 요청하면 즉시 이행해야 한다”(서울 서초구청, 충주시청, 서산시청 등)는 업체의 경영·인사권을 침해하는 조항, “용역업체 노사분규 등 사정으로 용역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지자체가 임의로 계약해지하고 업체가 모든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서산시청, 서울 구로구청, 의왕시청 등)는 노동3권을 제약하는 조항을 명시한 지자체도 적지 않았다.
민간위탁 가이드라인도 지키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은 민간위탁 노동자 보호를 위해 지자체가 ‘민간위탁관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점검 대상 86개 지자체 중 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3곳뿐이었다. 이 중 2곳은 위원 중 노무 관련 외부 전문가를 포함시키지 않아 부적정 판정을 받았고, 제대로 설치된 곳은 1곳(제주 서귀포시청)뿐이었다.
정부는 민간위탁업체의 중간착취를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에 ‘노무비 전용계좌 개설’을 명시했지만 시스템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현재 다수의 정부 부처나 공기업은 기획재정부가 만든 ‘e-나라도움’ 시스템을 통해 민간위탁업체에 인건비 등 사업비를 결제하는데, 이 시스템에는 업체당 1개의 계좌만 등록할 수 있어 노무비 전용계좌를 아예 등록조차 할 수 없는 구조다.
민간위탁 가이드라인 실행(2019년 12월) 전 시스템 개편부터 진행했어야 했으나, 관련 부처는 이를 인지조차 못한 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송옥주 의원실이 부처 간 사전 협의에 대해 질의하자 고용부는 “(가이드라인 실행 전) 기재부 등 관계기관에 의견 조회를 했으나 별도 의견이 없었다”고 답했고, 기재부는 같은 질문에 “고용부가 시스템 개편과 관련해 공문을 발송하거나 대면 논의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기재부는 시스템 문제를 올해 7월 본보 보도('노무비 전용계좌' 등록 안 되는 전산시스템, 왜 그대로 두나)를 통해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언제 이 문제가 개선될지도 알 수 없다. 기재부는 “노무비 전용 계좌를 등록하도록 하려면 개선 비용이 20억 원이 든다”며 “시스템 개선보다는 노무비에 대한 집행비목을 별도로 구분, 관리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무비를 별도로 구분하는 현재도 업체의 임금 착복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
송옥주 의원은 “가이드라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 시스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고민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재부와 조속한 협의로 시스템을 개편해 노무비 전용계좌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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